[시의향기]바람의 서시





노재연 시인




노재연





바람이 불어온다, 경질 강을 가로질러

변장한 척후병처럼 봄의 편린 안고 와서

들녘에 푸른 서시를 흩뿌리고 지난다



언덕을 오르다가 돌부리에 넘어지고

내리막 내달리다 칼벼랑에 떨어져도

바람은 곡예를 하며 시조창을 읊는다



벌판을 지날 때는 진양조로 읊조리고

숲속을 빠져갈 땐 휘모리의 율에 실어

홀연히 만인 가슴에 연인처럼 안긴다



바람의 숨소리는 로고스의 말씀이고

범종의 울림처럼 해탈의 언어이며

천만 근 이승의 고苦를 덜어주는 시조다





시인약력

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한국본부, 경기시조시인협회, 수원문인협회 회원 등

시조집 ‘비움의 미학’ 외 5권, 한국시조협회 시조문학상 대상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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