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림산방에서의 휴식

운림산방은 조선 후기 남화의 대가로 불리는 소치 허련(小痴 許鍊)이 살았던 곳이다.

소치 허련은 지난 1809년 진도읍 쌍정리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그림에 재주를 보였다. 28세부터 해남 대둔사 일지암에서 기거하던 초의 선사에게 가르침을 받고, 30대 초반 그의 소개로 서울에서 추사 김정희에게 본격적인 서화 수업을 받아 남화의 대가로 성장했다.

왕실의 그림을 그리고 여러 관직을 맡기도 했지만 김정희가 죽자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고향인 진도에 내려와 운림산방을 마련하고 그림에 몰두했다고 한다.

운림산방은 오랫동안 방치되다가 지난 1982년 지금과 같이 복원됐다. 운림산방이란 이름은 첨찰산을 지붕으로 해 사방으로 수많은 봉우리가 어우러져 있는 깊은 산골에, 아침저녁으로 피어오르는 안개가 구름 숲을 이룬 것에서 유래 됐다고 한다.

운림산방은 ‘ㄷ’ 자 기와집인 운림산방과 그 뒤편의 초가로 된 살림채, 새로 지어진 기념관, 연못으로 구성돼 있다.

연못에는 수련이 자라고 있고, 다양한 꽃나무가 곁에 있다. 가장 눈에 들어왔던 나무는 배롱나무였다. 필자가 방문했을 때는 배롱나무꽃이 피지 않았지만, 배롱나무의 자태에 반했다.

운림산방은 12km 이상 걸은 트래커들이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한국화에 조예가 깊지 않은 사람들은 소치 허련이 생소할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운림산방 기념관에는 소치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배워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화실 안에는 허 씨 집안 3대의 그림이 복제된 상태로 전시돼 있고, 새로 지어진 소치기념관에는 운림산방 3대의 작품과 수석, 도자기 등이 있다.

운림산방에 들어선 김에 이런저런 전시물을 보거나 감상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그냥 운림산방의 야외 의자에 앉아 운림산방과 주변 풍경을 눈으로 담는 것도 좋다. 필자는 운림산방에 앉아 봄꽃과 파란 하늘을 눈에 담으며 휴식을 취했다.

글·사진=김종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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