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별초 기운 가득한 숲길 끝
뜻밖에 만난 '봄꽃들의 초대'

 

진도는 수도권에서 수백km 떨어져 있어서 수도권 시민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진돗개와 진도아리랑은 다 안다.

필자와 같은 애주가들은 진도 명물인 홍주를 떠올리며 입맛을 다시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진도 하면 먼저 꼽은 진돗개와 진도아리랑을 떠올린다.

이번 서해랑길 7코스는 진도의 숨겨진 명물, 아니 명소를 찾아가는 길이다.

삼별초의 대몽항쟁 중심지 용장성에서
소치 허련의 운림산방까지 12㎞ 구간
보통 6코스 또는 8코스와 연계해 도보

서해랑길 7코스는 삼별초 진도 대몽항쟁의 중심지였던 용장성에서 시작해 조선 후기 남화의 대가로 불리는 소치 허련(小痴 許鍊)의 운림산방을 이어주는 12km 구간이다.

진도는 고려시대 몽골에 항전하기 위해 강화도에서 내려온 삼별초가 독자적인 국가를 세우고 본거지로 삼은 곳이다. 비록 3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삼별초는 진도에서 대몽항쟁을 치열하게 했다.

용장성은 지난 2009년과 2010년 2년 동안 발굴 조사가 진행됐는데 20여 채의 건물이 치밀하게 배치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성지가 부분적으로 남아 있고 성내의 용장사지와 행궁지가 보존돼 있다. 주변에는 용장성 홍보관과 고려항몽충혼탑과 배중손을 모시는 정충사가 있다.

용장성에서 시작해 운림산방을 향해 출발하며 벚나무 길을 걷게 된다. 지금은 벚꽃이 지고 초록색 잎들이 자라고 있는 길을 걸어가면 용장마을이라는 곳에 도착한다. 용장마을은 서해랑길 진도 구간이나 해간 구간에서 항상 만나는 조용한 농촌 마을이다.

용장마을을 빠져나오면 농로로 들어서게 되고 이 길이 끝나는 지점에 조금은 험한 산길을 걷게 된다.

걷는 시간은 10여 분에 불과하지만, 갑자기 만난 경사에서 큰길로 인해 숨이 차오르는 느낌을 받게 된다. 숨이 차오르는 이 고개는 성재고개라고 불리는데 이곳만 넘어서면 다시 농로가 시작된다.

고군면 읍내에서 간단한 식사·간식 추천
신라리 마을 지난 후 걷는 즐거움 느껴
죽제산 산림욕장서 발 담그며 쉴 수 있어
첨찰산 정상 아래까지 임도길 따라 등산

도평리 저수지 앞에서 우회전해 서쪽 들판으로 다시 한참을 가로질러 간 후 고군면 읍내를 향해 농로를 따라 걷는다.

성재고개에서 고군면 읍내로 이어지는 길은 농로길이기 때문에 햇살을 피할 곳이 마땅치 않다. 하지만 이 지루한 길을 걸은 뒤 고군면 읍내에 도착하면 식사를 할 수 있고, 물과 간식도 보충할 수 있다.

서해랑길 7코스가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이 길을 걷는다면 6코스 또는 8코스와 연계해서 걷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만약 6코스와 연계해 걷는다면 고군면 읍내까지 와서 간단히 식사하거나 간식을 먹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서해랑길 진도 구간은 식사하거나 음료와 간식 같은 것을 구매할 곳이 자주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운림산방으로 내려가는 숲길 경사 조심
대나무·동백나무숲과 계곡 물소리 '운치'

서해랑길 7코스의 매력은 고군면 읍내를 지난 후부터 시작된다고 말하고 싶다. 주관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필자는 고군면 읍내와 신라리 마을을 지난 후부터 걷는 즐거움을 느꼈다. 아무도 없는 시골길을 걸으며 때론 길가에서 쉴 수도 있고 죽제산 산림욕장 입구에서는 계곡에 발을 담글 수도 있다.

필자가 서해랑길 7코스를 소개하기 위해 방문했을 때는 이 구간에서 진달래와 동백꽃이 맞이해 줬다.

길이 좋다고 마냥 편안한 구간은 아니다. 죽제산 산림욕장 입구에서 시작된 길은 진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첨찰산(해발 482m) 아래까지 이어져 있는데, 이 구간은 경사도가 심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첨찰산 정상 부근에 진도기상대가 있어서 시멘트로 도로가 만들어져 있다는 점이다.

첨찰산 정상 바로 아래에서 운림산방으로 내려가는 삼거리가 나온다. 이곳부터는 다시 올라온 만큼 내려가야 한다. 올라올 때는 시멘트로 잘 만들어진 길로 걸었다면 여기부터는 숲길로 걷게 된다. 경사가 제법 있어서 조심해야 하지만 대나무 숲길과 동백나무숲길,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걷는 구간 등으로 돼 있어서 걷기에 좋다.

특히 운림산방으로 내려가다 보면 예전에 동백나무를 베서 숯을 만들었던 숯가마 터를 볼 수 있다.

글·사진=김종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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