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대상]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오염수, 국제적으로 처리수라고 표현하고 있다”

지난 8월 24일, 일본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방류를 시작했다. 원전을 운영하는 도쿄전력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통해 후쿠시마 원전에서 보관 중이던 오염수를 희석해 앞바다로 방출했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저장 탱크의 모습.  AP/연합 자료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저장 탱크의 모습. AP/연합 자료

방류가 본격화되면서 명칭에 관한 문제도 수산업계와 정치권에서 논란으로 떠올랐다. 일본은 방류 당시부터 ‘처리수’라는 표현을 강조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오염수라는 이름이 사용되고 있어서다.

명칭 변경을 가장 먼저 주장한 곳은 수산업계다. 지난달 30일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은 국민의힘이 주관한 ‘수협·급식업계 간 수산물 소비 상생 협약식’에서 “오늘 이 시간 이후로 모든 우리 어업인은 오염수에서 처리수로 명칭을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 역시 같은 날 국회 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서 “용어변경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정부는 ‘오염수’를 계속 사용하겠다며 명칭 변경을 유보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연합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연합

여당인 국민의힘도 명칭 변경을 요구하고 나섰다. 성일종 우리바다지키기 검증 TF 위원장과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오염 처리수’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이에 김기현 대표는 “국제적으로도 ‘treated water’(처리수)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힘을 보탰다.

김기현 대표의 발언처럼 ‘오염수’보다 ‘처리수’라는 표현이 국제적으로 더 많이 사용되고 있을까. 중부일보가 이를 팩트체크했다.

 

[관련 링크]

1.김기현 "국제적으로도 '처리수'…중요한 건 용어 아닌 실체"(연합뉴스 8월 30일 보도)

2.'오염수'냐, '처리수'냐...용어 변경 논란 재점화(YTN 8월 30일 보도)

 

[검증 방법]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을 검증한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비롯해 국제연합(UN) 등 국제기구에서 사용한 표현과 미국, 중국, 영국 등 주요 국가들이 발표한 보도자료 또는 성명에서는 어떤 용어를 썼는지 살펴봤다. 아울러 해외 주요 언론사·통신사 보도에서는 어떻게 표현했는지도 함께 알아봤다.

 

[검증 내용]

IAEA를 비롯한 국제기구는 ‘처리수(Treated Water)’를 공식 명칭으로 사용했다. IAEA가 5월 31일 공개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1차 시료 분석결과 모니터링 보고서’에서는 ‘처리수’라는 표현이 68번 등장했다.

이후 7월 4일 공개한 ‘후쿠시마 원전 ALPS 처리수 배출 종합보고서’에서도 ‘처리수’가 총 357번 등장했다. 오염수(Contaminated Water)라는 표현도 33번 등장했는데 이는 2011년 방류한 오염수 또는 ALPS 처리 전의 오염수를 일컫는 내용이었다.

방류 당일인 8월 24일 발표한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 명의의 성명 제목 역시 ‘ALPS Treated Water’라고 표현했다. 국제연합(UN) 역시 같은 날 홈페이지에 올린 뉴스의 제목에서 ‘treated water’를 사용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주요 국가들도 ‘처리수’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했다. 미국 국무부는 8월 25일 매튜 밀러 대변인이 발표한 성명에서 ‘Treated Water’를 제목과 본문에 썼다. 영국 외무·영연방 및 개발부도 8월 31일 발표한 성명에서 동일한 표현을 사용했다.

국제기구와 주요 국가에서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를 어떤 용어로 부르는지 정리한 표. 제작=이한빛 기자
국제기구와 주요 국가에서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를 어떤 용어로 부르는지 정리한 표. 제작=이한빛 기자

방류의 영향을 받는 호주도 8월 23일 외교통상부 성명에서 ‘treated water’를 명시했고, 태평양권 18개 국가의 협의체인 태평양 도서국 포럼(PIF)도 같은 날 마크 브라운 의장(쿡 제도 총리)의 성명에서 ‘treated water’라는 표현을 썼다.

반면 러시아는 처리수 대신 ‘방사성 물(радиоактивной воды)’이라고 표현했다. 마리아 자카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6월 7일 브리핑에서 “일본의 방사성 물 방류 계획에 대해 러시아와 주변 국가뿐만 아니라 환경공동체와 어업종사자들 사이에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방류에 반발하는 중국도 처리수가 아닌 ‘오염수(污染水)’ 표현을 사용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24일 브리핑에서 오염수 방류를 규탄하며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대만은 삼중수소 폐수(氚廢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대만 행정원은 지난달 31일 보도자료를 통해 “일본 후쿠시마 삼중수소 폐수 배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환경단체인 그린피스도 러시아와 같이 ‘방사성 물(radioactive water)’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방류에 대해 비판했다.

◇해외 주요 언론, 다양한 표현으로 오염수 언급
그렇다면 해외 주요 언론들은 어떻게 표현하고 있을까? 방류 시기 전후 해외 주요 언론·통신사에서 올린 기사들을 살펴본 결과 처리수나 오염수라는 명확한 용어 대신 ‘처리된 방사성 물(Treated radioactive water)’, ‘처리된 폐수(Treated wastewater)’ 등을 주로 사용했다.

영국 로이터 통신은 ‘treated radioactive water’로 칭해왔으나 지난 5일 일본 외무성이 중국의 일본산 해산물 수입 금지에 반발했다는 내용의 기사에서는 ‘처리수(treated water)’라는 표현을 썼다.

미국 AP 통신은 ‘treated radioactive water’를 비롯해 처리된 방사성 폐수(Treated radioactive wastewater)’, ‘처리되고 희석된 방사성 폐수(treated and diluted radioactive wastewater)’ 등 다양한 표현으로 오염수를 언급했다.

해외 주요 언론매체에서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를 어떤 용어로 부르는지 정리한 표. 제작=이한빛 기자
해외 주요 언론매체에서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를 어떤 용어로 부르는지 정리한 표. 제작=이한빛 기자

영국 BBC에서는 처리수(treated water)를 비롯해 처리된 방사성 폐수(Treated radioactive wastewater), 처리된 폐수(Treated wastewater), 처리된 방사성 물(Treated radioactive water) 등 여러 형태의 단어가 등장했다. 미국 CNN은 ‘treated radioactive water’와 ‘treated radioactive wastewater’를 번갈아 사용했다.

러시아 타스 통신에서는 정제수(очищенной воды)라는 표현부터 방사성 물(радиоактивной воды), 원자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물(сброса воды с АЭС), 처리수(обработанной воды) 등이 혼재됐다.

중국 신화통신은 중국 정부와 마찬가지로 오염수(污染水)로 표현했다. 오염수로 뉴스를 검색한 결과 지난 5일까지 787건이 검색됐다. 반면 처리수(処理水)로 검색한 결과 단 한 건의 뉴스도 나오지 않았다.

홍콩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는 중국과 달리 ‘treated wastewater’, ‘treated radioactive water’, ‘Fukushima waste water’ 등과 같은 표현을 사용했다.

대만의 대표 일간지인 중국시보와 자유시보에서도 대만 정부가 칭하는 삼중수소 폐수(氚廢水)를 사용하거나 핵처리수(核處理水), 핵폐수(核廢水) 등으로 언급했다.

 

[검증 결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를 비롯해 미국과 영국, 호주, 태평양도서국 포럼 등에서는 ‘처리수(treated water)’를 주로 사용했다.

하지만 방류를 반대하는 중국은 정부와 통신사 모두 ‘오염수(污染水)’라는 표현을 썼고, 러시아와 대만도 각각 방사성 물(радиоактивной воды)과 삼중수소 폐수(氚廢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해외 주요 언론사와 통신사들 역시 ‘treated water’라는 명확한 단어 대신 ‘처리된 방사성 물(Treated radioactive water)’, ‘처리된 방사성 폐수(Treated radioactive wastewater)’, 핵처리수 등 구체적인 상태를 담은 표현을 사용했다.

따라서 “오염수를 국제적으로 ‘처리수’라고 표현하고 있다”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발언은 ‘절반의 사실’로 판단한다.

이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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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자료]

1.IAEA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1차 시료 분석결과 모니터링 보고서(5월 31일)

2.IAEA 후쿠시마 원전 ALPS 처리수 배출 종합보고서(7월 4일)

3.IAEA Director General Statement on Discharge of Fukushima Daiichi ALPS Treated Water(8월 24일)

4.IAEA monitoring treated water release from Fukushima nuclear plant(UN 8월 24일 뉴스)

5.Japan’s Release of Treated Water(8월 25일 미국 국무부 성명)

6.Japan's discharge of treated Fukushima-Daiichi water: UK statement(8월 31일 영국 외무·영연방 및 개발부 성명)

7.Statement on the release of ALPS treated water from the Fukushima Daiichi Nuclear Power Plant(8월 23일 호주 외교통상부 성명)

8.Statement of PIF Chair Hon Mark Brown on the planned Fukushima ALPS treated water discharge(8월 23일 태평양도서국 포럼 성명)

9.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 브리핑(6월 7일)

10.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 브리핑(8월 24일)

11.대만 행정원 ‘跨部會監測均無輻射異常 政府持續妥善因應日本福島含氚廢水排放’ 보도자료(8월 31일)

12.그린피스 ‘Japan announces date for Fukushima radioactive water release’ 성명(8월 22일)

13.Japan to release Fukushima water into ocean from Aug. 24(로이터 8월 22일 보도)

14.More than a decade after nuclear meltdown, Fukushima water release begins(로이터 8월 24일 보도)

15.China's Fukushima-linked seafood ban is unacceptable, Japan tells WTO(로이터 9월 5일 보도)

16.Fukushima nuclear plant will start releasing treated radioactive water to sea as early as Thursday(AP 8월 22일 보도)

17.Treated radioactive water set to be released from Fukushima(AP 8월 23일 보도)

18.Japan releases radioactive wastewater from Fukushima nuke plant(AP 8월 24일 보도)

19.Fukushima nuclear disaster: Japan to release treated water in 48 hours(BBC 8월 22일 보도)

20.Fukushima: What are the concerns over waste water release?(BBC 8월 25일 보도)

21.The science behind the Fukushima waste water release(BBC 8월 26일 보도)

22.Japan PM eats fish from Fukushima nuclear plant waters(BBC 9월 1일 보도)

23.Japan will soon release Fukushima radioactive water into the ocean. How worried should we be?(CNN 7월 4일 보도)

24.China bans seafood from Japan after Tokyo begins releasing treated radioactive water(CNN 8월 23일 보도)

25.Schools egged, businesses harassed: Japan suffers Chinese backlash over Fukushima release(CNN 8월 29일 보도)

26.Начался сброс в океан первой партии очищенной воды с АЭС "Фукусима-1"(타스 8월 24일 보도)

27.Захарова отметила молчание экологических организаций в вопросе слива воды с "Фукусимы-1"(타스 8월 28일 보도)

28.В Японии впервые нашли тритий у места сброса воды с АЭС "Фукусима-1"(타스 9월 1일 보도)

29.Эксперт: сброс с "Фукусимы" в оговоренных рамках не представляет радиационной опасности(타스 8월 25일 보도)

30.신화통신 홈페이지 污染水(오염수) 검색결과

31.신화통신 홈페이지 処理水(처리수) 검색결과

32.Best to err on side of caution with seafood(SCMP 8월 25일 보도)

33.Fukushima waste water fears: all you need to know about Hong Kong’s latest response and how it affects Japanese food lovers(SCMP 8월 24일 보도)

34.Hundreds line up for Hong Kong Airlines’ free tickets to Japan, with lucky winners unfazed by country’s discharge of Fukushima waste water(SCMP 8월 27일 보도)

35.工商社論》關於福島廢水排放 政府必須更積極應對(중국시보 9월 7일 보도)

36.曾柏瑜:囤鹽恐懼是怎麼煉成的 核廢水新聞是操作出來的(자유시보 8월 30일 보도)

37.核廢水入海》福島漁市首拍賣!知名海鮮跌10% 這幾樣售價漲(중국시보 8월 28일 보도)

38.東京電力公司:台灣時間今日中午12點核處理水排海(자유시보 8월 24일 보도)

39.福島首排廢水!政院今僅這部會有反應? 鄉民全炸鍋了(중국시보 8월 24일 보도)

40.日本核廢水釀搶鹽潮 美廉社開限購令第一槍(자유시보 8월 29일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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