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화살처럼 간다라는 말을 한다. 어떤 사람에게는 한 시간이 하루처럼 무료하게 더디가기만 한 이들도 있다. 개인마다 시간이 가지는 의미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다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힘든 현실의 시간들이 한시라도 빨리 지나가길 바란다. 사회 전반적인 경제적 어려움만큼이나 가슴 답답한 일련의 사건 뉴스들이다. 다양한 이슈 중에 부끄러움과 수치심, 반성과 책임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에 대해 잠시 생각해본다.

사회적인 위치와는 상관없이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생활 속에서 최소한으로 타인에게 배려와 예의를 가져야 하는 진정성이 사라진 것이다.

선한 사회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합의된 규칙 안에서 서로를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며 사회적 통념 안에서 평등함은 당연시해야 한다.

3년여 만에 전 국민을 반으로 나누고, 역대 최대의 갈등을 일으켰던 공정과 상식에 부합하지않는 입시비리 등의 범죄사건이 1심판결에서 유죄가 나왔다. 그럼에도 교육자로서 한 때 법무부장관으로, 부모로서 일말의 부끄러움이나 창피함이 보이지 않는다. 반성은커녕 당당한 모습 속에서 사람 얼굴이 얼마나 두꺼울 수 있고, 철면피가 어떤 것인지 온 국민이 확인할 수 있었다.

부모범죄의 수혜를 받은 당사자인 딸은 얼굴공개와 함께 "나는 떳떳하다", "자기 방식대로 당당하게 살겠다", "의사로서 자질이 충분하다"라는 인터뷰 모습이 너무나 황당해 내 얼굴이 화끈거리고 부끄러운 것은 왜 일까. 아버지와 딸의 언행 속에서 일말의 부끄러움조차 찾아볼 수가 없다. 찐 ‘부전여전’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죄를 짓거나 잘못된 일을 했을 경우 그 잘못에 대한 용서를 구하고 반성을 한다. 또한 그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고 수습을 위한 노력을 한다.

보통의 부모들은 자식을 위해 못할 일이 없다는 생각과 자식 교육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자식을 위한 일이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편법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편법으로 키운 아이는 질 높은 삶을 살 수 없다는 진리를 잘 알고 있기에 생각이나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 혹자는 편법과 반칙을 이용해 자녀의 사회적 성공을 얻을 수도 있겠다. 그릇된 부모의 욕망 속에서 길러진 자녀의 삶은 행복할 수 있을까. 진정한 삶의 기쁨을 누릴 수 있을까, 피폐한 정신과 메마른 감성을 가진 삶을 살 게 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할까. 지혜롭고 현명한 부모라면 자신의 모든 행동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편법에 대한 그릇된 인식조차도 느끼지 못하는 비정상적인 부모 밑에서 자란 자녀가 보여주는 현상을 우리는 지금 뉴스 등의 매체를 통해 실시간으로 보고 있다. 더욱 이해가 어려운 것은 그런 범죄 수혜자이며 당사자의 인스타 팔로워수가 하루만에 10만이 넘었다는 것에 대한 놀라움이다. 맹목적인 강성지지자들을 바라보면서 진정 이 시대의 정의와 도덕이 실종되는 순간이 안타깝다. 나와 이념이나 정치색깔이 같으면 무조건 옳고, 다르면 나쁘다는 이분법적인 상황으로 인해 사회 곳곳이 점점 혼탁해지는 것에 대해 우려 또한 크다.

부모는 자녀에게 가장 좋은 교과서이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크고 작은 실수를 할 수 있다. 실수한 부모가 어떠한 방식으로 책임지고 바로 잡아가는 것을 볼 수 있을 때, 그 책임 있는 모든 행동들이 자녀모습 안에서 고스란히 투영이 되기 때문이다. 적어도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가지는 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선택이 아닌 필수조건이면 어떨까.

김은주 늘솔길교육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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