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특성으로 언어예술, 허구적구조체, 미의 양상, 보편적 함구성, 개성을 들 수 있다. 우선 문학은 말을 재료로 하는 예술이다. 

문학에 사용되는 말은 개념을 진술하는 말이 아니고 정서를 표출하는 말이다. 

리처즈는 개념을 진술하는 말의 쓰임을 과학적 지시적인 용법이라 하고 감정을 표출하는 말의 쓰임을 정서 환기적인 용법이라고 구분했다.

문학작품에는 개념을 진술하는 쪽에 가까운 말보다, 달빛, 놀, 광야, 미소, 그리움, 사랑과 같이 여러 가지 연상을 불러오며 정서를 환기시키는 함축적인 말이 주로 쓰인다. 

‘신들린 듯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염전 가득 땀을 쏟아 놓고 /세월이 흘러 소금 꽃 피어오르기만 기다리고/ 물 속 땀이 익어 꽃이 피어나면 /물의 그림자 탈탈 털어버리고 /꽃의 모서리 어느 곳 하나라도 부서져선 안 된다며 /조심조심 꽃을 긁어모아 /은빛 반짝이는 꽃동산을 쌓아놓고 /내일도 집 터 하나 없는 새하얀 꿈의 꽃을 피울 것이라며 /염부는 땀을 익혀 세월을 간다’라는 ‘염부’등 65편의 시를 담아 놓은 시집 최병학 시인의 시집‘어둠속의 길’에서는 이런 정서적 표현을 듬뿍 즐길 수 있다. 

그의 시 ‘꿀벌’도 감상할 만 하다. 

‘그들은 세상에 태어나자 누가 시키지 않아도 게으름 피우지 않고/ 스스로 일을 찾아 삶을 일구어 가더라니 /어느 늦은 봄날 식구가 늘어나 집안이 북적거리자/ 늙은 여왕은 새로 태어난 젊은 여왕에게 집과 식량을 넘겨주고/ 자신을 따르는 일벌 몇 마리만을 거느리고 맨몸으로 집을 나오고/ 그런 그를 보는 눈들은 모두가 너희들의 미래를 보장하지 못한다 해도 /꽃향기 살아있는데 무엇이 걱정이냐는 듯 /그들은 청명한 하늘을 더듬거려 /자신을 읽고 세상을 읽어가더니 /먹을 것을 구해오고 집을 짓다가 /몸이 아프면 무면허의 자격으로 프로폴리스의 몽혼 주사를 맞고 /달콤한 삶의 길 가고 또 간다’

꿀벌의 삶을 빗대 의타심이 팽배한 현 세태 인간을 꾸짖는 듯 그런 생각을 갖게 했다. 최병학 시인의 시 꿀벌은 문학작품으로서 시라기 보다는 인간 행태에 대한 가르침 같았다.

20세기 후반 이후 세상이 온통 티끌로 희뿌옇게 덮였으니 무엇 하나도 정상이 아닌 듯 싶다. 세상이 그렇다 보니 인간 하는 짓도 인간답지 않게 모두가 티끌처럼 하찮다. 때론 정상이 비정상이요 비정상이 정상 같다. 그 모두 화의 근원이 된다. 

화는 불길처럼 타오르는 권력만을 쫓는 사람에게 매우 빠르게 번지며 그 결과는 참혹하다. 그런 권력을 추종하는 사람은 명예는 물론 재물을 탐하는 등 사리사욕에 혈안돼 분별력을 상실하고 자신까지도 잃고 부도덕한 행위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그렇게 하다 어느 순간에 참혹한 화를 당한다.

최병학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권력욕에 눈먼 사람들, 국민과 국가를 위한다는 허물을 뒤집어 쓴 위정자들, 그들을 새삼 떠올려 보았다. 

아니다 싶으면 늙은 여왕벌처럼 떠날 때를 알고 스스로 떠나는 양보의 미덕을 보여 주면 안 되는가? 그렇지 않고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혼란을 야기하는 그런 태도로 선동을 해선 안 된다. 최병학시인의 시 꿀벌을 읽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떠올려 보았다.  

한정규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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