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히면 ‘후보권위 상실’, 마이웨이 ‘위기능력 의심’…윤 ‘백기 투항’ 낮아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무기한 당무 보이콧’이 1일 이틀째 이어지는 가운데 윤석열 대선 후보가 ‘딜레마’에 처했다.

이 대표에게 굽히고 들어갈 경우 후보로서의 권위 상실로 주도권 다툼에서 밀릴 수 있고, 정면으로 맞서자니 유연한 위기관리 능력을 의심받을 수 있어서다.

당 관계자는 이날 "이 대표는 선대위를 이대로 끌고 가면 대선에서 진다고 생각한다. 윤 후보에게 충격 요법을 쓰는 것"이라고 말했고, 다른 관계자는 "윤 후보가 직접 찾아와 사과하고 ‘패싱’ 재발 방지에 대해 확답하기를 바라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사실상의 ‘사과와 양보’로 보인다.

이 대표는 ‘강대강’ 대치는 이어가면서도 선대위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으로서 미팅을 하고 당직자 보고를 받는 등 물밑 활동은 지속하고 있다.

이날 윤 후보 최측근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 지역구인 부산 사상 당원협의회 사무실을 기습 방문했다.

전날에는 부산 해운대에서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회동했다. 정 전 의장은 "이 대표가 선대위 인선 문제를 걱정하기에 윤석열 대선 후보를 잘 이해하고 원로와 중진들 얘기도 듣고 해서 하나하나씩 풀어나가라고 조언했다"고 전했다.

바른정당 등에서 같은 노선을 걸어온 이성권 부산시 정무특보와도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윤 후보가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이 대표의 조기 복귀도 열려 있지만 그렇다고 ‘백기 투항’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실제 윤 후보는 충청권 일정의 마지막날인 이날 천안 독립기념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에게 직접 연락해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본인이 휴대폰을 다 꺼놓고 있다고 했기 때문에 무리하게 연락하는 것보다는, 부산에 있다고 하니 생각도 정리하고 당무에 복귀하게 되면…"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이라도 직접 만나러 갈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내일 최고위회의 시간이나 회의 전후로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고 했다.

그는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민주적 정당 내에서 다양한 의견 차이와 이런 문제는 얼마든 있을 수 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하면서도 "합의점을 찾아 나가는 게 민주적 정당 아니겠나. 일사불란한 지휘 명령체계가 있다면 민주정당이라 할 수 있겠나"라고 덧붙였다.

윤 후보 참모들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나 이 대표에게 지나친 저자세는 취하지 말 것을 조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은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지금 당 대표가 가장 열심히 해야 할 일은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 아닌가"며 이 대표를 우회 비판했다.

다만 그 존재감과 별개로 신분상 ‘일개 당원’일 뿐인 김 전 위원장과 달리 이 대표는 불과 6개월 전 돌풍을 일으킨 선출직 당 대표라는 점이 윤 후보에게 부담이다. 이 대표가 대변하는 2030 지지층의 이탈을 자극할 공산이 있다는 점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재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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