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희 시인이 두 번째 시집인 『시를 짓는 농부』로 찾아왔다.
이상희 시인이 두 번째 시집인 『시를 짓는 농부』로 찾아왔다.

이상희 시인이 두 번째 시집인 '시를 짓는 농부'로 찾아왔다. 세 아들의 어머니이자 7남매의 맏며느리로 충실히 살았던 시인은 자신을 ‘농부’라고 소개한다. 시댁에 희생하고, 자식을 키우고, 시를 쓰는 것 모두가 농사였다고. 이제는 과거의 그녀처럼 우울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누군가에게 한 구절의 시로나마 작은 위로를 전하려 한다.


-시를 쓰게 된 계기가 있을까.

결혼하고 2년 후,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슬퍼할 겨를도 없이 세 아들을 키우고 맏며느리 역할도 도맡게 되었다. 수필로 등단을 했지만 집필 활동은 하지도 못하고 긴 문장조차 쓰지 못할 정도로 힘든 시기였다. 그 당시 주변에 내 고민을 나눌 사람이 없어 임시방편으로 짧은 시간 안에 감정을 시로 해소했다. 그렇게 내면에 있던 그리움과 외로움, 추억들을 짧게 적다 보니 내적으로 치유되고 있음을 느꼈다. 그렇게 시를 쓰게 됐고, 어느새 시인이 돼 있었다.


-시집 '시를 짓는 농부'는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

시를 쓰면서 시 안에 있던 ‘화자 이상희’에게 위로를 받는 신기한 경험을 한 바 있다. 고민을 나누지 못하고 앓는 이에게 건넨 작은 위로가 당사자에게 더 큰 위로로 다가올 때가 있다. 내 경우도 다르지 않다. 내가 시를 쓰면서 위로를 받았던 것처럼 독자들이 이 시집을 통해 공감하기도 하고, 울면서도 스트레스를 풀고, 추억을 되새기며 행복할 수 있었으면 한다.
 

이상희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시를 짓는 농부’ 표지.
이상희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시를 짓는 농부’ 표지.

-시의 구성이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로 이뤄져 있는데.

시집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총 4부로 이뤄져 있으며, 다양한 표현으로 사계절을 활용했다. 단순한 계절에서, 마음이었다가, 인생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사람은 태어나면 유아기에서 노년기가 되지만 늙어가면서 정신은 다시 유아기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계절을 닮은 우리네 인생을 시집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제 삶이 가을 문턱에 다다랐습니다. 잠시 일손을 내려놓고 서녘 노을을 바라보며 ‘내 삶도 저리 아름다운가’ 반문해 봅니다. 젊은 날에는 ‘이것이 최선이다’라며 살아왔는데 지금 뒤돌아보니 허점투성이예요…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고 하지만 때로는 그 노력이 무참히 뭉개질 때가 있어요. 그건 노력이 모자랐거나 내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거더군요.

 

『시를 짓는 농부』 시인의 말 中

-‘최선’을 다하고 있을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간혹 미래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 나머지, 인생이라는 레이스에서 삶의 행복을 놓쳐버리는 경우가 있다. 친구, 지인, 남들처럼, 치열하게 사는 것이 중요할 수도 있지만, 지금 이순간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게 무엇인지, 삶의 의미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그러지 않으면 길을 잃게 된다. 인생의 선배 입장에서 말하자면, 아직 길을 찾지 못했더라도 서두르지 않았으면 한다. 남들이 앞서간다고 해서 조바심을 내지 말고 결국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끝맺으며.

바위가 파도에 깎여 조약돌이 되는 것처럼, 저의 시로 인해 누군가의 슬픔이 옅어지고, 점차 행복해졌으면 한다.

나규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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