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는 노동시장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지만, 다행히 금년 2월 이후 고용이 회복되는 모습이다. 경기도는 여타 지역에 비해 회복세가 양호한 편이다. 이틀전 발표된 9월 고용통계에 따르면 700만명을 지속적으로 하회하던 취업자수가 727만명까지 늘어났다. 이는 코로나 발생 이전 정점에 비해 20만명 정도 높은 수준이다. IT업체 등 수출성과가 좋은 기업이 다수 포진한 덕분이 아닌가 싶다. 다만 부문별로는 온도차가 확연하다. 업종별로는 도소매·음식숙박업 고용이 코로나 위기 이전에 비해 10만명 넘게, 직종별로는 주로 판매직 종사자수가 7만명 가량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앞으로 코로나 위기가 진정되면서 고용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고용구조는 코로나 위기 이전과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 적지 않다.

국내외 주요 연구들은 그 근거로 세 가지 트렌드를 거론한다. 우선 코로나 위기로 인해 크게 늘어난 전자상거래의 증가세가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디지털 거래의 편의를 맛본 소비자들이 온라인쇼핑을 계속 늘려갈 것이고 판매자 입장에서도 비용 효율성이 좋아지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둘째 자동화(automation)의 가속화다. 과거 감염병 사례를 보면 팬데믹의 강도가 클수록 기업의 자동화가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화는 감염병 확산으로 인한 사업장 폐쇄 리스크 등 경영 불확실성을 줄여줌과 동시에 경기침체에 따른 인력감축 비용을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조성해 준다.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실제로 코로나 위기 이후 자동화 고위험 직업군의 취업자수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면 서비스업에서도 자동화 고위험 직업군의 고용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분석되었다. 일단 자동화가 진척되면 이전의 고용구조로 돌아가기 쉽지 않다. 마지막으로 코로나 이후에도 재택근무가 상당 수준이 될 것이라고 본다. 코로나를 계기로 기업들이 원격협업을 위한 시스템 투자를 늘린 가운데 재택근무에 대한 기존의 부정적 의견이 줄어들었다. 맥킨지 보고서는 주요 선진국의 경우 생산성의 감소 없이 재택근무가 가능한 일자리가 전체의 2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였다. 재택근무가 늘어나면 주로 도심 주변의 대면서비스업이 좋지 않은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예상이 현실화되면 가장 타격을 받는 계층은 대면 서비스업과 자동화가 수월한 직종에 대한 취업비중이 높은 저숙련직이다. 과거에도 경기가 침체되면 저숙련직 고용이 가장 크게 줄어들었지만 경기회복과 함께 빠르게 회복되는 모습을 반복하였다. 그러나 금번 코로나 위기 국면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저숙련직의 취업기회가 줄어들면 소득불평등이 커지는 등 경제적으로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다.

다만 중장기적 시계에서 보면 부정적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면서비스업 등에서 일자리가 사라지지만 IT 및 온라인, 헬스케어, 운송 부문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과거 조립라인과 공작기계가 생산직 근로자의 생산성을 높였던 것처럼 자동화가 진전되면 이를 활용하는 근로자의 생산성이 높아진다. 생산성이 높아지면 동 부문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소득이 늘어나게 되고 이는 경제 전체의 수요 확대로 이어져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 정책당국의 시의적절한 대응이 뒷받침될 경우 괜찮은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노동시장 구조가 개선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코로나 충격을 극복하고 역이용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성장분야를 육성하고 동 부문에서 창출되는 수익이 가계소득 증가 및 경제전체의 수요확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일자리를 잃은 저숙련직 근로자가 새로운 일자리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마다 경제환경이 틀리기 때문에 예단하기 어렵지만, 우리나라의 노동환경이 위에서 언급한 추세에서 홀로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전통서비스업 종사자 비중이 높고 디지털 적응력이 낮은 고령인구의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는 추세다. 구조적 흐름을 정확히 진단하고 적절히 대응하는 노력이 긴요한 때다.

배성종 한국은행 경기본부 기획조사부장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