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하고싶은거 다해

윤달현|디자인에스에프|269 페이지


책 ‘너 하고싶은거 다해’를 설명하기 전 이 책의 저자에 대한 설명이 먼저 필요하다.

윤달현은 누구인가? 동네 방앗간에서 기름을 짜던 일을 하다 농협 청소원으로 1년간 근무한 그는 청소부 일을하며 쥐가 끓는 창고에서 공부해 농협중앙회 시험에 합격했다.

또 농협 근무 중에도 야간대학을 다니며 경영대학원 석사, 상담복지학과 석사 등을 졸업한 노력가였다. 현재는 농협은행 지점장직을 마치고 퇴직해 대한 노인회 경기도연합회에서 근무를 이어가고 있다.

뼈를 깎는 노력과 자기개발을 통해 사회생활을 누린, 어찌보면 베이비붐 세대의 모범적인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에게도 은퇴는 다가왔다. 수많은 고난과 힘겨운 직무의 늪에서도 어찌어찌 살아갔던 그에게도 은퇴는 피할수 없는 도착지점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책 ‘너 하고싶은거 다해’는 윤달현이 은퇴전후의 자전적이야기와 자신이 농협에서 근무하면서 있었던 일을 되새기며 현재와 줄을 잇는 징검다리다.

책에서 그는 자신의 인생 절반을 조금씩 담담한 문체로 풀어가고 있다. 어쩔때는 그리운 이야기로, 어쩔때는 정말 그 시대의 ‘꼰대’처럼 설명조로, 또는 아내에게 꼼짝 못하는 애처가의 면모로 그의 이야기가 책 전반에 쓰여졌다. 자신이 그린 거칠거칠한 그림들과 함께 말이다.

재밌는 것은 그가 겪었던 수많은 일들이 전혀 생소하지 않고 익숙하다는 점이다. 50대 후반, 60대 초반의 은퇴 시기가 다가온 사람들이라면 이책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윤달현에게 은퇴는 끝이면서도 시작인것 같다. 그는 책 후반부에는 은퇴 이후 새롭게 시작한 일들에 대해 써 희망적인 이야기로 책을 마쳤다. 은퇴가 다가오면 우울감에 젖어 무기력해지는 사람들에게 최소한 ‘나는 이런데, 너는 어때?’라며 손을 건내는 것 같은 마무리가 인상적이다. 인생 2막을 시작한 윤달현의 이야기를 ‘너 하고싶은거 다해’를 통해 만나보길 추천한다.


 

스쿨 오브 뮤직

메이리그 보엔 외2명|길벗어린이|108페이지


음악이 가진 힘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놀랍고도 다양하다. 음악은 누군가를 위로하기도 하고, 현실을 영화처럼 바꿔주기도 한다. 또 어떤 순간을 기억하게 하고 극대화 하기도 한다. 우리는 의식 여부와 상관 없이 음악과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한다. 음악은 아주 오래전부터 어디에나 존재했고, 각 지역마다 고유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

‘스쿨 오브 뮤직’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의 역사에서부터 음악을 만드는 방법, 음악과 수학의 관계, 다양한 악기의 종류와 특징, 무대에서 긴장하지 않는 방법까지 음악에 관한 모든 궁금증을 일러스트와 해설로 설명한다. 무엇보다 우리 모두 목소리라는 훌륭한 악기를 가지고 있으며 음악을 하는 것 뿐 아니라 즐기는 것도 음악이란 걸 알려준다.

3학기 동안 펼쳐지는 40강의 수업 안에는 음악을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요소들과 음악을 만드는 방법, 연주하는 방법, 즐기는 방법까지 음악에 관한 모든 것이 담겨있다. 각각의 캐릭터를 가진 가상의 선생님 여섯 명이 멋진 일러스트와 함께 친절한 설명으로 독자들로 하여금 음악에 대한 폭넓은 호기심과 탐구심을 불러일으킨다.

책을 따라 음악의 기본기를 익히고 직접 악보를 그리고 책에 담긴 QR코드를 찍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뮤지션들이 녹음한 음원 파일을 통해 멋진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삐리꼴라의 방학 숙제

정희용 외 1인|머스트비|128페이지


우주에는 수많은 행성이 있고, 그 곳 어딘가에는 외계인이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지구의 어린이 덕만이와 꼴라 별 어린이 삐리꼴라, 서로에게 외계인인 두 친구가 만나 진한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를 담았다. 시종일관 ‘어떡해’를 외치는 걱정쟁이 삐리꼴라는 ‘괜찮아’ 하며 손잡아주는 낙천적인 덕만이를 만나 점차 자신감을 얻는다. 아이들은 외모부터 성격까지 너무나 다르지만 서로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이 친구들로부터 진정한 우정을 느낄 수 있다.

삐리꼴라는 지구 나이로 250세가 됐지만 늘 걱정이 많다. 다른 별에 사는 생명체와 인터뷰 하라는 방학숙제를 받아 엉겁결에 지구에 오게 됐지만, 덕만이를 만나 비교적 순탄하게 숙제를 해결하는 것 처럼 보였다. 하지만 외계인의 존재를 안 어른들이 돈에 눈이 멀어 삐리꼴라에게 관심을 갖자 덕만이는 아무도 몰래 삐리골라를 다시 꼴라 별로 돌려보내려고 한다.

삐리꼴라와 덕만이는 서로 다른 삶을 살아왔지만 공통점을 느끼며 진정한 친구로 거듭난다. 이 책은 우정에는 편견이 없다는 메시지를 잔잔한 감동을 통해 전달한다.


 

선생님도 학교 가기 싫을 때가 있습니다|김택수 외 3명|창비

‘선생님도 학교 가기 싫을 때가 있습니다’는 교권 침해에 대해 주목했다. 학교 현장 법률 전문가 양지열, 교권 침해 해결사 이상우, 불편해도 할 말은 해야 하는 김현희, 동료의 일도 내 일처럼 발 벗고 나서는 김택수. 네 저자는 교권 침혜 사례를 학생·학부모·교사·교직 문화의 영역으로 구분해 좌담을 나누고 현실적인 대한을 찾는다. ‘학생선도위원회를 대비해 경위서나 일지 기록하기’ ‘인터넷에 글 쓸 때 사이버 명예훼손 피하는 방법’ 등은 그 사례다.

혹시 일이 너무 커질까 걱정되는 교사,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는 교권 침해에 대비하고 싶은 교사라면 이 책으로 구체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들이 알려주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교권 상식으로 교사에게 주어진 권리와 책임에 대해 알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세상에 이런 여행|김부성 외 1명|(주)푸른길

‘세상에 이런 여행’은 다양한 연령의 지리학도들이 풀어낸 세계의 틈새 여행기를 엮어낸 책이다. 틈새 여행이라는 개념이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지리학자들은 여행지에서 자연히 그 지역의 자연환경과 인문환경을 읽는다. 기후·지형·식생이 눈에 들어오고 그에 적응해 사는 사람들의 삶을 눈여겨본다.

틈새 여행서가 특별한 이유는 맛집, 숙소 등을 주로 다루는 일반 여행서와 달리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에 집중하는 새로운 시선과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멕시코 칸쿤이 위치한 유카탄반도는 석회암 지형이라 지하에 거대한 우물이 형성되기 쉽다. 이 곳에 거주하는 원주민들은 우물에 줄을 매달아 사람들을 직접 내려주고 들어 올려주며 수영을 즐기도록 하는 생태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특이한 여행지를 다녀왔다는 자랑 섞인 글보다도 눈에 보이는 것들을 나에게 연결하고 공존을 고민하는 여행기를 담았다. 모든 여행이 한 권에 모인 만큼 책장을 넘기다 보면 의외의 곳에서 나의 인생 여행지를 발견할 수 잇을 것이다.


 

내 눈을 봐!|안드레우 마르틴|라임 청소년

‘내 눈을 봐!’는 디지털 중독이 만연한 근미래 사회의 명암과 기술 발전의 양면성을 예리하고 치밀한 상상력으로 구현한 청소년 소설이다. 사람들은 휴대폰과 디지털 기기에 영혼을 빼앗긴 채 조금씩 기계화된 채 자기만의 섬에서 단절된 삶을 살아간다.

거대 통신 회사는 이런 분위기를 부추겨 사람들의 정신마저 통제하고 조종하려는 야욕을 드러내고, 이런 음모를 간파한 소수의 비밀 결사대는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인 투쟁을 감내한다.

기존 청소년 소설의 문법에서 과감하게 탈피해 디지털 중독, 대기업의 횡포, 부패한 공권력 등 사회의 문제점을 스릴러라는 장르 속에 속도감 있게 담아낸 작품이다.


 

그 바닷속 고래상어는 어디로 갔을까|김기준 외 1인|스타북스

김기준 교수는 KBS 생로병사의 비밀 명의, 동아일보 선정 베스트 닥터로 유명하다. 특강을 통해 언론에서 ‘습관혁명을 통한 건강법 특강’ 명의로 활동하고 있는 연세대 의과대학 마취통증 의사이자 2016년 등단한 시인이기도 하다. 저자는 스킨스쿠버 강사로 활동을 하면서 바다와 인연을 맺고 이 에세이시집을 펴냈다.

그동안 스킨스쿠버 체험을 기록해둔 ‘그 바닷속 고래상어는 어디로 갔을까’는 지난 20여 년간 몰디브, 갈라파고스, 필리핀 팔라우, 제주 앞바다 등 국내외 여러 잠수 지역을 찾아다닌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중 제목에 등장하는 고래상어는 필리핀 팔라우에서 만났다. 이 무렵 김기준 시인은 삶에 대한 깊은 고뇌를 하게 되고, 얼마 전 마주쳤던 고래상어가 떠올라 다시 필리핀으로 간다. 그토록 만나고 싶어한 고래상어를 만나 그 생물에게 정아라는 애칭을 붙여준다.

백창현·김유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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