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환희를 담은 사냥 그림 호렵도

이상국|264페이지|다할미디어
 

민화와 궁중회화 등 우리나라 전통 채색화를 새롭게 해석하는 미술사 시리즈 ‘한국의 채색화 모던하게 읽기’ 2권이 출간됐다. ‘삶의 환희를 담은 사냥 그림 호렵도’는 청나라 사냥 그림(수렵도)이 중국의 선진문물을 배우러 간 조선 사신(화원)들을 통해 우리나라에 전해지고, 이것이 민중에까지 보급돼 민화로 안착된 과정을 담았다.

호렵도를 이해하기 위해하서는 청나라의 역사와 정신을 이해해야 한다. 청나라를 세운 여진족이 한족을 누르고 명나라를 제압할 수 있었던 것은 전투력 대문이다. 여진족의 전투력은 실전 수준의 사냥 활동을 통해 길러졌다. 그러나 괄기군의 전투력과 상무정신이 점차 쇠락하자 4대 황제인 강희제는 이를 회복하기 위해 1681년 목란위장을 세우고 가을마다 괄기군을 동원한 대규모 사냥 훈련인 추선과의 피서산장에서 북방민족(몽골족) 위무 행사를 함께 시행했다.

이러한 청나라 사냥 그림은 조선에도 전래됐다. 단원 김홍도도 1789년 사행을 다녀와 호렵도를 그린 기록이 있는데, 1855년 조재삼이 편찬한 ‘송남잡지’에 따르면 호렵도를 가장 먼저 그린 이가 김홍도다.

이 책에서는 이렇게 도입된 호렵도의 발전 단계를 3기로 구분하는데 우선 호렵도 초기 양식을 잘 보여주는 18세기 작품들로 서울미술관 소장 호렵도(10폭 병풍)와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호렵도(8폭 병풍), 울산박물관 소장 호렵도(8폭 병풍), 계명대학교박물관 소장 호렵도(12폭 병풍) 등이 있으며, 이전보다 장식성이 강조돼 화려한 채색이 돋보인다.

19세기 후반부터는 민화의 저변이 더욱 확대되면서 호렵도 역시 양식의 변형과 파격, 다양화가 나타난다. 한국미술관 소장 호렵도(10폭 평풍)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호렵도(8폭 병풍), 경기대박물관 소장 호렵도(8폭 병풍)USC 아시아태평양박물관 소장 호렵도를 들 수 있다.

또한 사냥 그림인 만큼 영모, 인물, 산수 등이 다양하게 묘사되는데 작품 제작 시기와 상관없이 항상 등장하는 말, 사슴, 호랑이, 매 그리고 19세기 말 주로 등장한 육아백상, 해태, 백호, 기린, 무기류, 의장물 등 호렵도의 소재와 상징에 대해서도 상세히 분석했다.

김유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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