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고 싶은 날 |이창하|황금알


이창하의 섬세한 감성이 돋보이는 시이다. 시적 화자 ‘나’는 우선 ‘반성’을 이야기한다. ‘세상’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아픔’을 견뎌낸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나’의 "입에서", "사나운 짐승의 DNA"가 "배설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고, "내 눈에는 시베리아의 찬 바람이" 부는 이유도 여기에 있으며, "누군가를 향해/ 구취(口臭)를 뿌린 것"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세상’이라는 약육강식의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는 강해져야 했다. 최소한 강한 척이라도 해야 했으리라.

원치 않던 ‘사나운 짐승의 DNA’나 ‘시베리아의 찬바람’ 또는 ‘구취’ 등을 발산한 ‘나’의 마음이 편할 리 없다. 자신의 불편한 언행을 반성하는 ‘나’는 용기 있는 사람임에 틀림없다. ‘아픔’을 주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불가피하게 선택했던 불편한 언행을 ‘나’는 ‘오염된 속’으로 인식한다. "달콤하게 떨어지고 있는 봄비"와 이어지는 "비 갠 날의 엷은 희망"이라는 자연의 위대함 앞에서 ‘나’는 "오염된 속을 비우는 의식"을 실천한다. "이런 날은 감사하고 싶다."라고 밝히는 ‘나’는 ‘신심(信心)’이 두텁다. 이창하의 시를 읽으며 독자들은 바라고 바랄 것이다. 하루를 마치며 감사할 수 있기를, 일생을 마감하며 감사할 수 있기를 바란다.

백창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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