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줄고 업무강도 늘자 설립 결심… 업체 알바 고용 가입 방해 주장도
학생모임 '새벽' 6년 전부터 인지… 매일 새벽마다 함께 청소하며 설득

"노조라는 건 생각도 못 했는데 단국대 학생들이 매일 새벽마다 청소를 도와주며 저희를 설득한 덕분이죠."

단국대학교 죽전캠퍼스에 청소노동자 노조가 결성됐다. 단국대 학생모임 ‘새벽’은 새벽마다 학교에 나와 이들을 도우며 노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득했다.

18일 단국대학교 죽전캠퍼스와 청소 용역업체 ㈜대교산업 등에 따르면 대교산업 소속 노동자 98명은 최근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서울일반노동조합 단국대분회 가입절차를 마치고 공식적으로 단국대 청소노동자 노조를 꾸렸다. 이들 대부분은 단국대 죽전캠퍼스에서 환경미화 업무나 기계·장비 등을 관리하고 있다. 청소노동자들은 그동안 계속돼 온 부당한 처우를 끊고자 노조 가입을 결심했다고 말한다. 학교와 업체 측은 부당한 대우는 없었다고 맞서면서도 노조 측 의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단국대 죽전캠퍼스에 청소노동자 노조가 만들어졌다. 단국대 학생모임 ‘새벽’ 학생들은 매일 새벽 학교에 나와 청소노동자를 돕고, 노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득했다. 정성욱기자
단국대 죽전캠퍼스에 청소노동자 노조가 만들어졌다. 단국대 학생모임 ‘새벽’ 학생들은 매일 새벽 학교에 나와 청소노동자를 돕고, 노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득했다. 정성욱기자

◇청소인력 줄고 근무시간 짧아져… "업체가 노조 관련 부정적인 언행도" = 단국대 청소노동자들은 부당한 처우를 개선하고자 노조 설립을 결심했다고 강조한다. 인력은 줄어드는데 충원은 되지 않아 업무량이 늘어나고, 근무시간도 동의없이 줄였다는 것이다. 대교산업은 2015년부터 단국대 청소용역을 맡아왔다. 당시 130명이 넘는 인원이 근무했지만 매해 정년인 퇴직자가 생기며 현재는 1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인원이 줄어드니 노동자 1명당 맡는 업무가 늘어났다. 이들은 사측이 동의 없이 근무시간 1시간을 줄였다고도 강조한다. 최근에는 업체 관리자가 노동자를 모아놓고 ‘업체에 대한 부정적이고 허위 소문이 많이 도는데 내 선에서 사람을 해고시킬 수 있다’는 일종의 협박이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특히 청소노동자들이 학생들과 함께 노조 결성 움직임을 보이자 업체 측이 이를 방해하는 언행도 했다고 지적한다. 청소노동자들은 업체로부터 ‘(노동조합 총연맹 등) 누군가 학생으로 보이는 알바를 고용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노조가입을 권유하고 다니니 대면하지 말라’는 단체 문자메시지도 받았다.

단국대 청소노동자 A씨는 "인력은 줄어들고 업체도 압박을 하다 보니 우리들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노조가 꾸려졌으니 이제는 노동자로서 권리를 찾고 싶다"고 말했다.
 

단국대 죽전캠퍼스에 청소노동자 노조가 만들어졌다. 단국대 학생모임 ‘새벽’ 학생들은 매일 새벽 학교에 나와 청소노동자를 돕고, 노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득했다. 정성욱기자
단국대 죽전캠퍼스에 청소노동자 노조가 만들어졌다. 단국대 학생모임 ‘새벽’ 학생들은 매일 새벽 학교에 나와 청소노동자를 돕고, 노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득했다. 정성욱기자

◇새벽마다 함께 청소하며 노동자 설득한 단국대 학생들 = 단국대에 청소노동자 노조가 만들어지기까지는 학생들의 노력이 컸다. 자발적인 학생 모임 ‘단국대 비정규직 노동자와 함께 하는 학생모임 새벽(새벽)’이 그들이다. 양범식(26·상담학과) 새벽 위원장을 비롯한 재학생들은 2014년도부터 청소노동자의 부당한 권리를 인지해왔다. 뜻이 맞는 학생들을 모았고 현재는 13명이 활동하고 있다. 학생들은 매일 새벽마다 학교에 나와 청소를 거들었다. 노조에 가입했다가 학교의 눈 밖에 날까 걱정하는 노동자를 위해 ‘청소를 체험하는 수업 중’이라는 거짓말도 했다. 그리곤 당연한 권리를 누리기 위해서는 노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을 빼먹지 않았다. 매일 새벽마다 출근하는 노동자들, 권리를 누리지 못했던 어두운 시기가 끝나고 밝은 아침을 기다리고 있는 새벽. ‘새벽’이라는 이름도 그렇게 탄생했다.

양 위원장은 "예전부터 교내 노동자가 제대로 된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왔고 자연스럽게 같은 생각을 지닌 학생들이 모였다"며 "처음부터 새벽은 노조 설립을 위해 모였는데 이제는 노조가 만들어져서 앞으로의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국대·업체 "청소노동자 주장 사실 아냐…협의 가능한 부분은 수용할 것" = 단국대와 대교산업은 청소노동자들을 부당하게 대우하지 않았다고 맞서면서도, 협의할 사항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단국대 관계자는 "오히려 과거에는 맡은 일에 비해 인력이 많았으며 현재 인원이 가장 적정하다고 판단된다"며 "다만 이제 막 노조가 결성된 상황이어서 구체적으로 논의한 적은 없지만 노조에서 여러 의견을 주시면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해 수용할 부분은 수용하고, 어려운 부분은 상황을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교산업 관계자는 "학교의 재정이 동결되고 임금은 높아지다 보니 인력을 줄일 수밖에 없었는데, 노동자를 해고하거나 노동자에게 과도한 업무를 주기보다는 근무시간을 줄이고 정년퇴직자의 자연감소를 고려한 결정"이라며 "투표 등으로 100% 동의를 얻은 건 아니지만 노동자 70%이상이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노동자가 업무시간임에도 무단 퇴근하는 경우가 있어서 모두 모인 자리에서 계약조건을 다시 알려주고 제대로 업무를 해달라고 말한 것이지 노동자들이 주장하는 협박 같은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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