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IBA가 한국에서 총회를 개최하기로 한 것은 참으로 훌륭한 결정(good decision)이었어요"

지난달 2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IBA 서울총회 개막식에서 필자와 만난 마이클 레이놀드(Michael Reynolds) 전 IBA 회장은 연신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채 함박웃음으로 소리쳤다. 위 마이클 레이놀드는 약 5년 전 IBA 회장 재직 시 한국에서 사상 최초로 IBA 연차총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해 준 고마운 분이다.

대회 유치 운동 초기 IBA 집행부는 한국에서 과연 전 세계법조인 7천명 이상이 동시에 운집하는 큰 대회를 치를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인 컨퍼런스 룸, 숙박시설 등이 충분한지, 그러한 큰 대회를 개최할 역량이 있는지 등을 심히 우려하는 분위기였다. 또 지정학적으로 북한의 위협이 상존하고 있어 안전성을 우려한 회원들의 회의 참여 저조로 인한 흥행실패도 걱정하는 분들이 많았다.

필자는 2014년 당시 대한 변호사 협회장 신분으로 국제대회가 있을 때마다 IBA 회장을 비롯한 간부들과 공식적·비공식으로 수차례씩 만나는 한편 ‘한국의 밤’을 개최하면서 한국에서 IBA 총회를 개최할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하다는 점을 설명하고 설득한 끝에 여러 난관을 극복해 경쟁 국가들을 따돌리고 급기야 한국에서 올해 IBA 연차총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결정하는 데 성공했다. 그 후 약 5년 동안 착실히 준비한 다음 드디어 개막식에 이어 총회를 성공리에 마무리했으니 실로 감개무량할 따름이다.

그렇다면 IBA(International Bar Association)라는 단체는 어떠한 성격의 조직인가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단체 표어 ‘법조인의 세계적인 목소리’(global voice of the legal profession)에서 보여주듯이 IBA는 전 세계 법률실무가, 로펌, 그리고 변호사협회를 대변하는 국제법률가 단체이다. IBA는 UN 사명으로부터 감화를 받아 이와 동일한 설립 취지하에 1948년 세계 인권선언이 선포되기 직전 1947년도 설립됐으며 국제 사회의 사법제도 개혁에 기여하고 법조사회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힘써왔다.

현재 170여 개국에서 8만여 명 개인 법조인 회원들과 190여개 변호사 협회들이 IBA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IBA 주요 목적은 회원들 간 법·실무 관행·직업적 책임과 관련된 정보 및 의견 교류 활성화, 사법 독립성과 변호사 직무 수행의 독립성 수호, IBA 인권 위원회 활동을 통한 전 세계변호사들의 인원보호 및 지지, 회원들의 법률 직무 능력 향상의 기회 제공, 세계적인 네트워크 형성 기회제공, 국제법 개혁에 대한 공헌, 국제적 공조를 통한 법과 제도의 조화로운 발전 기여 등이다. IBA는 모든 법률 실무 분야 및 관심 분야와 관련하여 회원들이 의뢰인의 이익을 도모할 수 있도록 정보와 더불어 각 계 각 층의 전문가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또한 IBA는 각종 위원회, 지역별 포럼, 다양한 테스크 포스팀을 구성해 회원들간 각국 법과 제도, 법률실무관행, 법조인의 직업적 책임 등과 관련된 유의미한 상호 교류가 이어지도록 힘쓰고 있다.

올해 세계변호사협회(IBA)서울 총회는 지난 22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세계법조인 약6천200여명이 참석했다. 그들 가족들까지 합하면 한국을 방문한 손님의 숫자는 훨씬 상회한다. 행사에 참여한 세계 각국의 오피니언 리더들을 통하여 한국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그들이 우리나라에 체류하면서 사용한 비용을 고려할 때 경제적 수익도 만만치 않는 규모에 이른다. 특히 한국이 안보상으로 전혀 우려가 없고 경제적으로 번영한 국가라는 점을 알릴 수 있는 인식전환 기회가 된 것이다. 세계 경제의 교류 활성화로 인하여 국제적 분쟁이 증가하고 있는 요즈음 중재 사건 등 국제적 법률시장에도 우리 법조인들이 활발하게 진출할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도 있다.

88올림픽을 계기로 해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분기점이 되고 국제적 위상이 제고됐던 것처럼 이번 IBA 서울 총회는 법조계는 물론 모든 분야에 있어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커다란 전환점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이번 IBA 서울 총회를 계기로 해 온 세상에 인권· 법의 지배·평화·정의 등의 가치가 강물처럼 흐르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위철환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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