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직장생활을 하여 알뜰하게 모은 돈으로 내 집 마련을 하여 꿈을 안고 입주하였는데, 주택 분양회사가 설계변경으로 인하여 공사비가 증액되었다고 계속 괴롭혔어요. 본인은 공사기간 지연으로 인하여 종전에 살던 집에서 이사 나와 몇 개월 동안 월세 생활을 하다가 간신히 새 집에 들어왔는데, 막상 이사와 보니 공사가 미완성된 부분도 있고, 시공된 부분에도 하자 투성이였어요. 할 수 없이 누수 등 급한 곳에 대하여는 본인이 비용을 투입하여 보수 공사를 하기도 하였지만, 여전히 손볼 곳이 많아요. 억울한 마음에 분을 삭이지 못한 채 생활하고 있던 중이었는데, 적반하장 격으로 추가 공사비를 더 지급하라는 내용의 소장을 주택분양회사로부터 받고 보니 울화병이 나더라고요. 하지만 평생 동안 직장생활만 해왔을 뿐이라 이런 소송을 당하고 보니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네요.”

어느 50대 직장인 가장의 하소연이었다. 우선 처음 있는 일이라서 위 대응과 관련하여 믿고 상담할 전문가 변호사를 물색하는 것이 어려웠고, 그 법률비용을 준비하는 것도 여간 부담이 되는 것이 아니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의 경우에는 위와 같은 경우에 직면했을 때 일시에 돈을 마련하여 전문가 변호사를 선임해 해결하면 간단한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인적 네트워크가 부족하고 일시적 비용을 마련할 수 없는 보통사람인 경우에는 난감한 처지가 아닐 수 없다.

위와 같이 법적인 어려움에 처했을 때 이 문제를 대비할 수 있는 제도적 해결책이 없을까 생각해 본다. 우리가 질병에 걸리거나 다쳤을 경우 의사로부터 치료라고 하는 의료서비스를 받는 비용인 치료비를 보험처리 할 수 있는 제도가 의료보험 내지 건강보험이다. 마찬가지로 사람이 살아가면서 법적 분쟁이 생겨서 법률전문가인 변호사로부터 상담이나 소송수행 등 법률서비스를 받는데 필요한 비용을 보험 처리하는 제도를 ‘법률서비스보험’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비용이란 법률 상담료를 포함한 변호사비용·인지대·송달료·감정료 등이 될 것이다. 이는 소송비용이 없어서 법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해 주는 일종의 사회보장제도라고 할 수 있다. 보험계약자가 매월 일정한 금액의 보험료를 지불하면,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법적분쟁의 경우 합당한 법률서비스를 받고 보험자로부터 그 비용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피보험자는 적은 보험료를 지급함으로써 사회공동체의 국민들이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사회적 건강을 보호하는 기능을 하게 된다.

헌법 상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일반서민의 경우 지식부족과 소송비용의 부담 때문에 법률적 보호를 받지 못하여 불리한 상황에 직면할 수가 있게 되고, 그럴 경우에는 헌법상 인정되는 기본권을 실질적으로 보장 받을 수 없게 된다. 즉, 국민이 헌법상 법 앞의 평등·재판 받을 권리·형사소송에서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등을 실질적으로 보장 받기 위하여 법률서비스보험이 필요한 이유이다.

법률서비스보험은 변호사배상 책임보험과는 다르다. 변호사배상 책임보험은 변호사가 직무수행중 배상책임을 지게 되는 경우를 대비하여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다. 반면에 법률서비스보험은 보험계약자의 절차적비용을 부담해 주는 것이다. 그러한 면에서, 책임보험에서 보험회사가 방어비용을 부담하는 것(상법 제720조 제1항)과도 구별된다. 이는 가해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보험회사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측면이 강하다.

법률서비스보험이 운영되고 있는 나라는 많지만, 독일·미국·영국·일본 등이 제도적으로 발전되어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법률서비스보험과 관련된 보험 상품들이 몇 가지 있으나, 법률서비스보험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활성화 되지 못한 측면이 있어, 앞으로 이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우리 실정에 맞는 제도를 개발할 필요성이 있다. 필자가 대한변호사협회회장 재직 시 위원회를 구성하여 제도개선방안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고 있으나 아직은 제도적 정비가 미흡한 실정이다.

산업사회가 발전하면서 복잡·다기한 사회문제를 법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수요가 늘어나고 국민의 권리 의식이 성장하면서 소송은 날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독일의 경우 전 국민의 43%, 미국은 40%, 영국은 절반의 가구가 법률서비스보험에 가입하여 법률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한다. 처음에 언급한 한 가장의 고충은 비단 그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을 위하여 해결되어야 할 국가적 문제이다. 우리나라도 국민의 권리 보호를 위해서는 법률서비스보험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매우 절실하다 할 것이다.

위철환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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