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지난 4월 유류분 제도에 관하여 주목할 만한 결정을 했습니다. 피상속인의 형제자매에게 법정상속분 3분의 1의 유류분을 인정한 민법 제1112조 제4호에 대하여는 ‘위헌 결정’을, 유류분을 상실하는 사유를 별도로 두지 않은 민법 제1112조 제1호부터 제3호에 대하여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 눈에 띄는 단어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헌법불합치 결정’입니다. 뉴스나 신문에서 자주 접해볼 수 있는 단어입니다. ‘헌법불합치’는 말 그대로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므로 위헌 결정과 다르지 않아 보이는데, 헌법재판소는 왜 굳이 위헌 결정과 구분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는 것일까요?

우리 헌법재판소는 법률의 위헌 여부를 심사할 때, 경우에 따라 ‘변형 결정’을 합니다. 심판대상인 법률에 위헌성이 인정되지만, 헌법에 맞게 해석할 필요가 있거나 입법자(국회)의 입법형성권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또는 법적 공백으로 인한 혼란을 방지할 필요가 있을 때를 그 이유로 합니다.

‘변형 결정’의 종류로는 심판대상인 법률이 특정한 내용으로 해석·적용되는 한 합헌 또는 위헌이라고 선언하는 ‘한정 위헌 또는 한정 합헌 결정’과 법률이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함을 선언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이 있습니다.

이 중 ‘헌법불합치 결정’에 한하여 살펴보겠습니다. ‘헌법불합치 결정’은 심판대상에 원칙적으로 위헌성은 있으나 그 형식은 존속시키면서, 입법자에게 법률의 위헌성을 제거할 의무를 부과하고, 입법이 개선될 때까지 국가기관이 위헌인 법률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여 개선된 신법의 적용을 명하는 결정입니다.

그렇다면, 헌법재판소가 유류분 제도 사건에서 민법 제1112조에 대하여 어떠한 이유로 단순 위헌 결정과 헌법불합치 결정을 구분하여 판단한 것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헌법재판소는 ‘유류분 제도’를 둔 입법목적은 정당하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피상속인의 형제자매에게 유류분을 인정한 민법 제1112조 제4호는 피상속인의 형제자매는 상속재산형성에 대한 기여나 상속재산에 대한 기대 등이 거의 인정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피상속인의 의사를 제한하여 유류분권을 부여하는 것에 타당한 이유가 없으므로 헌법에 위반되고, 이 경우 위헌선언을 하여 재산권에 대한 침해를 제거함으로써 합헌성이 회복될 수 있으므로 ‘위헌 결정’을 하였습니다.

유류분을 상실하는 사유를 별도로 두지 않은 민법 제1112조 제1호부터 제3호에 대하여는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정신적·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등의 패륜적인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에게도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이므로 위 조항들 역시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다만, 위 조항들은 유류분의 핵심적인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데, 위 조항들에 대하여 단순 위헌 결정을 하면, 남은 조항만으로는 유류분 제도를 제대로 시행할 수 없게 되어 오히려 법적 혼란이나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있고, 이 사건 결정의 취지에 따라 위 규정들의 구체적 위헌성을 제거하고 유류분 제도를 헌법에 합치되도록 개선하는 임무는 입법자에게 속하며, 입법자는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거쳐 그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으므로 위헌 결정을 선고하는 대신 입법자의 개선 입법이 있을 때까지 계속 적용을 명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입법자가 2025년 12월 31일까지 개선 입법을 하지 않으면 그 다음날부터 위 조항들은 효력을 상실한다고 하여 입법자에게 빠른 시일 내에 개선입법을 하여야 할 의무를 부과하였습니다.

결국 헌법재판소는 민법 제1112조 제1호부터 제4호까지 전부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면서도 피상속인의 형제자매에게 유류분을 인정한 민법 제1112조 제4호는 위헌선언하여 효력을 상실하게 하는 것만으로 합헌성이 회복되므로 ‘위헌 결정’을 한 것이고, 유류분을 상실하는 사유를 별도로 두지 않은 민법 제1112조 제1호부터 제3호는 단순 위헌 결정을 하게 되면 유류분 제도 자체가 사라지게 되어 법적 공백이 생기게 되며, 입법자는 사회적 합의를 거쳐 위 조항들을 헌법에 합치되도록 개선할 임무가 있는 것이므로 법적 공백으로 인한 혼란을 방지하고, 입법자의 입법형성권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 것입니다.

이처럼 헌법재판소는 같은 조항에 대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면서도 위와 같은 이유로 경우에 따라 위헌 결정을 하거나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고 있습니다.

정다솔 법무법인 마당 변호사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