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A노선 동탄-수서 구간이 개통된 지 세 달이 다되어 간다. 미완성 단계라 그런지 일부에서는 꿈의 교통혁명으로까지 평가받았던 GTX가 당초 예상보다는 이용객이 많지 않아 너무 과대평가된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GTX 이용객이 저조한 가장 큰 이유는 아직은 초창기라 네트워크가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A노선만 하더라도 중간에 용인(구성)역이 개통되지 않았고 이용객이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역까지 연결되지 못하고 수서역에서 끝나는 것도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전 구간이 완성되고 A, B, C, D 노선까지 연결되면 상황은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GTX 역으로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도 이유 중에 하나다. 광역버스를 이용하면 한 번에 갈 거리를 몇 번이나 갈아타고 가야하고, 배차시간도 길며, 무엇보다도 비용이 비싸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시간도 많이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든다는 이유 때문에 이용을 꺼리는 것으로 보인다.

창조적 계급과 도시와의 관계를 연구하여 잘 알려진 리처드 플로리다(Richard Florida)는 ‘그레이트 리셋’이라는 책에서 미래의 경제를 주도하는 곳은 거대 지역(megaregion)이라고 주장한다. 거대 지역은 다른 말로 거대 도시권이라고도 하는데 여러 대도시와 함께 주변의 교외지역과 신도시들을 포함하는 대규모 지리학적 단위를 일컫는다. 미국의 보스-워시(Bos-Wash, 보스턴과 워싱턴을 잇는 거대지역), 런던, 암스테르담, 수도권(서울대도시권), 도쿄, 상하이, 뭄바이 등이 대표적인 곳으로 1천만 명 이상의 인구가 거주하고 수 천 억 달러의 경제생산이 집중되는 곳이기도 하다.

세계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곳은 더 이상 국가가 아니라 바로 거대지역들이다. 세계 40대 거대지역들이 전 세계 경제활동의 2/3를 차지하고 기술혁신의 85%를 차지한다. 실제로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 거대지역에 대기업들의 본사 85%가 집중해 있다. 한 마디로 거대지역은 세계경제의 핵심이자 미래 경제를 이끄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거대지역은 첨단의 고속교통망으로 연결된다는 특징이 있다. 새로운 개념의 첨단 교통수단으로 건설되는 고속교통망으로 연결되어 속도의 가치를 가장 잘 드러낸다. 최근 논의 중에 있는 메가시티도 비슷한 개념이고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 수도권은 거대 도시권으로 세계적으로도 경쟁력이 있고 지금까지는 잘 대응해 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수도권에서 GTX와 같은 고속교통망은 필수 불가결한 기반시설이고 어떤 경우에라도 완성되어 제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지금은 시작에 불과하다. 미완성 단계로 개통된 GTX가 완결체로 나가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합의와 추가적인 마케팅이 필요하고 계획대로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야 한다. 처음은 미약하지만 그 끝은 창대하리라는 말씀처럼 지금까지 나타난 결과를 바탕으로 교훈으로 삼을 것과 참고해야 할 만한 사항을 도출해 내는 것이 필요하다.

먼저 GTX를 둘러 싼 이해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큰 틀의 거버넌스를 구축할 필요가 있는데 중앙정부, 해당기관, 지자체, 이용자 들 간의 원활한 협력과 소통이 있어야 한다. 정부나 철도공단 등은 계획대로 건설을 추진할 의무가 있으며 특히 지자체의 역할을 보다 더 강조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는 GTX역을 중심으로 연계교통망을 짜야 하고 역세권의 개발을 추진해야 하며 GTX역과의 접근성을 높이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예컨대 지자체가 지원하는 마을버스노선을 개편해서 연결해야 하고 주변에 공용주차장을 정비해야 하며 기타 자전거 등 개인교통수단(PM) 등이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

아쉬운 점은 아직까지 가시적으로 나타난 지자체의 역할은 거의 없는 듯하다. GTX 역을 유치할 때는 목소리를 높이다가 막상 유치되고 나면 그것으로 끝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GTX역이 있는 지자체는 도시 교통망 계획을 다시 짜야 할 정도로 그 영향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우리나라 도시들은 철도망 보다는 도로망 중심으로 교통체계가 짜여 있어서 고비용의 비효율적인 구조를 띠고 있다. 짧은 시간동안에 이를 전환시키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GTX시대는 둘도 없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역세권을 중심으로 고밀도의 도시기능을 집중시키는 도시관리전략은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예상하건대 수도권 GTX는 수도권의 도시공간구조뿐만 아니라 도시단위의 공간구조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지금은 도로 교통이 우선시 되어 철도 교통이 불편한 것처럼 인식되고 있지만 미래에는 철도 교통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지자체별로 철도 중심의 교통체계구상과 계획을 세워야 한다.

차제에 GTX 이용요금에 대한 문제도 중장기적 관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광역버스와 경쟁적 관계를 갖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현실적으로 좀 더 낮은 요금체계를 가져가야 한다. 최소한 광역버스를 이용할 때와 비슷한 요금체계를 가져가야 하고 나머지 차액에 대해서는 지자체, 정부, 기업 등이 보조하는 형식을 제안하고자 한다. 버스보다는 철도를 이용하는 것이 시간, 탄소배출 등 사회적 비용이 적게 들고 지속가능한 교통수단은 철도중심으로 나가야하기 때문이다.

서충원 강남대학교 부동산건설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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