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해움미술관 '인간과 자연-퇴화와 변형의 조형' 기획전

김보중 광장, 인류세 이후Acrylic on canvas 2024
김보중, 광장, 인류세 이후, 2024. 사진=해움미술관

끝을 알 수 없는 무한함의 영역으로, 오랜 시간 예술가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된 자연을 새롭게 탐구하는 전시가 열린다.

다음 달 4일부터 9월 26일까지 수원 해움미술관에서 열리는 기획 전시 ‘인간과 자연-퇴화와 변형의 조형’은 인간 안팎에 자리한 자연을 살피며 수많은 예술 소재로 활용됐던 자연의 새로운 모습을 찾는다.

김보중, 나종희, 송창, 이흥덕, 이해균 등 총 5명의 작가가 참여해 2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나종희,추락하는 사람, 2023. 사진=해움미술관
나종희,추락하는 사람, 2023. 사진=해움미술관

작가들의 작품 속 자연은 온몸으로 느끼는 체험의 바탕이자 가상 세계와 대치되는 현실의 원천이 된다. 그 안에는 켜켜이 쌓인 역사의 흐름이 담겨 있다.

특히, 작가 5인의 주 작업 형식인 회화가 자연과도 같은 실재감을 가지는 데 의미를 둔다.

이흥덕의 작품 ‘태풍’은 위력을 품은 자연이 훑고 지나간 시간 앞에서 얼어붙은 듯한 인간들의 다양한 면모를 배치했다. 휩쓸려가는 이들을 가리키는 아이, 어두운 낯빛과 겁에 질린 표정으로 폐허가 된 세상을 마주한 여인 등이 등장한다.

송창, 만남-승일교에서, 2022년. 사진=해움미술관
송창, 만남-승일교에서, 2022년. 사진=해움미술관

송창은 한탄강 승일교를 배경으로 한 작품 ‘만남-승일교에서’를 통해 인간이 만든 구조물과 달리 막힘없이 흐르는 강을 보여준다. 스스로, 저절로 존재해 온 자연에 더해진 인위적인 다리는 아직 채 100년이 안 된 분단의 역사를 안고 있다.

인간이 자연에 끼친 불길한 영향력을 되돌아보게 하는 작품도 있다. 김보중의 ‘공생인’ 연작은 푸른 숲속에서 시냇물에 발을 담그고, 나뭇가지를 붙잡고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을 담았다. 태초의 모습으로 벌거벗은 채 노니는 사람들은 현재와 달리 자연과 인간이 대립하지 않던 때를 상상하게 만든다.

인간이 만든 거대한 쓰레기 산을 연상케 하는 나종희의 ‘집적’은 대량 소비사회의 풍경을 꼬집는다. 커피, 맥주, 탄산음료 등 다양한 알루미늄 캔을 붙여 만든 이 작품은 우리의 생산, 소비 활동이 인공생태계를 만들고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등 자연을 재구성하고 있음을 알린다.

이해균, Cloud, 2023. 사진=해움미술관
이해균, Cloud, 2023. 사진=해움미술관

이해균은 ‘퇴화와 변형의 조형’이라는 부제처럼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자연의 과정들을 그려냈다. 작품 ‘Cloud’처럼 바다와 하늘이 구별되지 않는 풍경에는 자연이 가진 힘이 일렁인다. 겹겹이 밀려와 부서지는 파도처럼 이 작가는 단단한 것에서 유동성을 표출해 낸다.

이흥덕, 태풍, 2013년. 사진=해움미술관
이흥덕, 태풍, 2013년. 사진=해움미술관

전시 관계자는 "수없이 많은 작가들이 ‘인간’, ‘자연’을 소재로 해왔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자연이 가진 시간과 그에 따라 변화하는 물성들을 이야기 한다. 각 작가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 자연을 하나의 큰 틀에 담았다"고 말했다.

정경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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