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소화불량과 무릎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분이 내원했습니다. 특별히 과식을 하거나 무리를 한 적이 없는데 갑자기 소화불량과 무릎 통증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진찰한 결과 화가 난 상태에서 음식을 먹은 게 원인이 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화나는 감정이 간에 영향을 미치고 담낭 기능의 문제까지 유발하여 소화불량 증상이 발생되고, 담낭과 관련이 있는 오금(무릎 뒤)의 근육도 긴장되어 무릎 통증까지 발생한 것이었습니다.

화나는 감정에 대한 간단한 상담과 담낭 관련 치료로 소화기능 문제와 무릎 통증이 바로 호전되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또 어깨 통증으로 내원한 어떤 환자분은 슬픈 일을 겪은 후에 폐의 기운 소통이 안 되고 이로 인하여 폐와 관련된 어깨 주변의 근육이 긴장되어 통증까지 발생된 케이스도 있었습니다.

마음이 몸에 미치는 영향은 수미산과 같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몸에서 나타나는 많은 불편함과 질환들이 마음의 문제로 인하여 영향을 받는다는 말입니다.

한의학에서는 5가지 감정과 오장 기능을 연결하여 이야기합니다. 화가 나면 간이 상하고, 과도한 기쁨은 심장을 상하게 하고, 생각이나 걱정은 비장, 우울하거나 슬픈 감정은 폐, 공포나 두려움의 감정은 신장을 상하게 합니다.

또한 이런 오장 기능의 문제는 표리, 상통의 관계라고 하여 2차적으로 다른 장부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장부기능의 문제는 각 장부와 관련된 경락과 더불어 척추, 근육 등의 구조적인 부분의 문제를 유발하고, 그로 인하여 혈액순환이나 림프순환뿐 아니라 기운의 흐름까지 영향을 주게 됩니다. 그 결과 각종 불편한 증상이나 질환들이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이 있듯이 마음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증상은 임상에서 너무도 흔하게 접할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스트레스를 세분화하여 각 감정과 그에 영향을 받는 장부를 비롯한 여러 영역들을 구체적으로 구분하여 진단 및 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마음의 문제만 개선이 되어도 가벼운 증상들은 바로 사라지는 경험을 수도 없이 합니다.

약간의 연습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먼저 내가 지금 어떤 문제로 인하여 어떤 감정의 영향을 받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그와 관련된 영역들을 정돈하고 해결함으로써 감정의 문제가 개선될 수 있다면 일상에서 경험하는 가벼운 증상들을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고 금방 개선되는 경험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증상이 심하거나 개인적으로 조절이 어려워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가까운 한의원을 찾아가 진단과 상담, 치료를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감정 조절의 훈련을 통하여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이현수 경기도한의사회 재무약무부회장 (이현수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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