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카카오톡’이 있다면, 일본에는 ‘라인(Line)’이 있다.

라인은 대한민국 기업 네이버와 일본 기업 소프트뱅크가 각각 50%씩 출자한 합작법인 ‘라인 야후’가 경영하고 있다.

라인야후는 라인 개발을 포함해서 사용자 정보 관리 등 회사 경영 전반을 네이버에 외주 형태로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라인에서 지난 2023년 11월에 개인 정보 51만 건이 유출되는 대규모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라인야후의 전산시스템을 담당하고 있는 네이버클라우드의 협력사 직원 PC가 악성코드에 감염된 것이 원인이었다.

이 해킹 사태를 계기로 일본 정부 관계자가 라인야후에 대해 행정지도(시정요구) 처분을 내렸다.

일본 총무성은 재발 방지책을 요구하고 있으며, 그 내용의 일부로 지분 매각이 들어가 있어서 현재 ‘라인 사태’로 비화됐다. 일본 총무성은 재발 방지책의 진척 상황을 3개월마다 한 번씩 보고받기로 했으며, 여기에 더해 현재 제출한 계획이 불충분하다며 2차 행정지도를 내릴 계획으로 알려지고 있다.

마쓰모토 다케아키 일본 총무상은 각의 후 "라인야후가 제출한 재발 방지책이 불충분하다"며, 7월 1일까지 보완책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부분이 지분 매각이다. 정부 유출 사고의 방지 대책은 방화벽을 세우던지, 협력사를 통한 시스템 관리를 못하게 하던지 하는 대책이 포함되면 된다.

지분 매각을 한다고 해서 유출 사고가 방지되는 것은 아니다. 되돌릴 수 없는 치명적 실수를 범했다면 일본 정부가 네이버에게 사업 철수나 지분 매각과 같은 처분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해킹 사태는 규모 측면에서도 그리 대규모라고 할 수 없다. 51만 건은 2억 명으로 추산되는 실 사용자 수에 비해서도 그리고 페이스북의 5억 건 유출에 비해서도 새발의 피다.

더구나 당시 유출된 정보는 비 핵심적인 것들에 불과했고, 사용자 이름, 은행 계좌, 신용카드 정보 등 2차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핵심 정보는 유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총무성이 ‘최종적으로 네이버와의 지배적인 자본관계의 해소가 필요하다’며 지분 매각을 강하게 압박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경제학적으로는 네트워크 효과가 가지는 강력한 독점성 때문이다.

한국의 카카오톡처럼 강력한 독점성을 가진 라인을 한국회사에 선점당했다는 것이 싫을 것이다. 해킹이라는 핑계거리를 들어 요즘 세상에 국가 기간산업 급에 해당하는 메신저 서비스의 주인 자리에서 네이버를 잘라내 버리고 싶은 것이 일본 정부의 속내일게다.

이에 더해 불과 한 세기 전만 해도 자신들이 강점했던 한국에 경제적으로 역전당했을 뿐더러 국가 기간 메신저 서비스까지 선점 당했다는 것이 자존심을 건드린 것도 한몫하지 않았을까.

옆나라 일본과 이런 일로 다투는 것이 그리 모양새가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라인 사태는 다르다.

2019년 소부장 사태처럼 틈만 나면 먼저 도발하는 것은 일본이다. 라인 사태도 개별 기업의 일이라고 이대로 물러서면 그 뒤에 또 다른 무슨 사태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알 수 없다.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 정부의 맡은바 역할이다. 기업에게 양보를 요구하는 것은 정부의 도리가 아니다.

미국 제34대 대통령 아이젠하우어 정부의 국방장관을 지낸 윌슨(Charles E. Wilson)의 장관직을 인준하는 상원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청문회에서 윌슨은 ‘지엠의 이익에 반하는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윌슨은 GM의 최고경영자 출신이었기 때문에 국방장관으로서 이해상충의 여지가 없을 것인지를 질문받은 것이다. 이때 윌슨은 ‘라인 사태’를 풀어가야 하는 정부 관계자가 곱씹어야 할 명답을 내놓는다.

"국방장관으로서 나는 지엠의 이익에 반하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그러한 상황이 생기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여러 해 동안 국가에 좋은 것은 GM에 좋은 것이고, 그 역 또한성립한다고 생각한다."

이계안 2.1지속가능재단 설립자,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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