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1만여명 개인정보유출 이후

AI교과서 연수교사 개인정보유출
피해자 4명 중 1명은 '경기도 교사'

"개인정보 유출 후에 급하게 메신저로 전부 프라이버시아이(Privacy-i) 암호화 작업하라는 공지와 공문을 받았어요. 피해 본 2천600여 명 교사들한테 제대로 된 사과는 없이 촉박한 기일내 개인정보보안을 철저히 하라는 행정업무 부담만 주고 있어요."

최근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개인정보보호 및 정보 보안에 각별히 주의하라’는 공문을 받은 도내 한 교사는 업무 부담에 대해 이같이 토로했다.

지난달 교육부의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 사업 연수 과정에서 교사 개인정보가 유출된 이후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사과없는 업무 부여에 일선 학교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2일 중부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0일 교육부가 대구·대전·강원·전남 4개 시도교육청에 보낸 ‘교실혁명 선도교사 연수대상자 선정 결과’ 공문에서 연수 참여 교사 1만1천명의 소속학교와 이름, 휴대전화 번호 등이 포함된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해당 파일은 연수 대상자들이 자신의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 뒤 4자리를 입력하면 선정 여부를 알 수 있도록 설정돼 있었는데, 일부 시도교육청 파일에 암호가 설정되지 않은채 전송됐다. 이 파일에는 경기도 교사 2천685명의 명단도 포함돼 있었다.

도교육청의 경우 교육부로부터 받은 엑셀 파일을 확인한 후 담당 장학사가 개인정보를 비공개하는 과정을 거쳐 해당 교사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피해 교원 2천685명에게 사고 처리 과정을 알리는 공문을 발송했다.

교육부, 뒤늦게 공문 한장 보내며
파일 삭제·유출방지 서약서 징구

교육부도 5월 24일 사과문과 함께 해당 파일을 저장한 교직원이 있는지 확인하고 ‘파일 삭제 및 유출 방지 서약서’ 징구해 추가 피해를 막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하지만 학교 현장의 교사들 사이에서는 개인정보보호 관련 업무 지시가 계속되면서 도리어 일선 학교만 닦달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다.

도내 한 교사는 "교사들의 정보가 유출됐는데 공문 하나로 끝이어서 허무하다"면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불시 점검 시 발견 되면 과태료 청구 대상이 되므로 철저한 관리 부탁드린다’는 공지를 받았다. 지금 상황이 방귀뀐 놈이 성낸다는 말 아니겠나"라고 푸념했다.

김희정 경기교사노조 대변인은 "경기도교육청은 피해 교사들에게 공문만 발송하고, 그 외 다른 사과는 없었다"면서 "갑자기 도내 교사들 모두에게 개인정보 관련 프로그램을 돌려서 그 결과를 촉박한 기일 내에 제출하라는 행정업무까지 부과시켜 교육력을 낭비시킨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이번 AI 연수와 관련해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에 대해 내년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앞두고 교육당국의 제대로 된 개인정보보호 대책이 마련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피해를 본 교사들은 ‘조직적으로 잘못하고 업무 압박은 교사들이 받는다’고 느낄 수 있다. 정부부처나 공공기관은 많은 사업을 다루다보니 보안이나 개인정보 관련해서 유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조직적으로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역량강화 교육이 필요하고, 인력 투입과 투자가 같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최근 평택교육지원청의 공문 내 인사기록 유출 등이 있던 터라 개인정보보호를 강화할 것을 공지한 것"이라며 "현재까지 피해를 신고한 교사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신연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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