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싶었지만 갈 수 없는 곳 혼이라도….

제주도에 관한 기사를 준비하며 가장 쓰고 싶었던 글은 지금 쓰고 있는 글이다. 매번 제주 4.3평화공원에 가면서 눈에 들어오는 건물이 있었다. 꼭 한번은 어떤 곳인지 확인하고 싶었던 곳. 세월호 제주기억관이다.

이번 글을 준비하며 진아영 할머니집터에 이어 꼭 방문하고 싶었던 곳이다. 사실 4.3사건과 관련한 취재는 1~2일 가지고는 부족하다. 제주 전역을 다니는 취재기 때문이다. 아무리 바빠도 꼭 가서 그 의미를 배우고 글을 보시는 분들에게 알려 주고 싶었다.

공간이 크지 않으니까 1시간이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세월호 제주기억관을 방문했다.

단출한 공간이었지만 한번 들어간 제주기억관에서 쉽게 나올 수 없었다.

제주기억관에서 만난 박은영 운영위원은 "아이들이 가고 싶었던 곳 제주에 갈 수 없게 됐지만 혼이라도 제주에 왔으면 하는 마음에서 부모님들이 만드신 공간이다. 정작 학부모 중에서는 세월호 사건이 10년이 다 돼가지만, 아이들 생각이 나서 제주도를 사건 이후 한 번도 오지 않으신 분들도 계신다"고 설명했다.

공간 한쪽에 세월호와 관련한 각종 자료가 전시되고 있었다. 세월호 사건과 관련된 물건과 시민들이 기증한 물건들이 전시되는 공간도 있었다. 가장 마음을 아프게 한 공간은 두 전시 공간 사이에 있는 희생자 생일 판넬이 전시된 공간이었다.

박 운영위원은 "매달 그달에 생일인 아이들과 교원들의 판넬을 이렇게 걸고 있다. 부모님들은 세월호 사건을 사람들이 잊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이 말을 들었을 때 무언가 말을 해야 할 거 같은데 할 수가 없었다. 말하면 눈물이 나올 거 같았다. 글을 쓰는 지금도 그 순간에 먹먹하고 마음이 아파 눈가에 눈물이 맺히고 있다.

"잊히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말에 정말 가슴이 아팠다.

아이들의 사진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

일제강점기의 아픈 흔적, 4.3사건의 흔적들도 마음을 아프게 했지만, 세월호 사건은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작은 공간이다. 지나칠 수 있는 공간이다. 필자 또한 세월호 제주기억관을 수십 번 지나갔지만 지나치기만 했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은 겪어 보지 못해 모르지만, 알고도 지나쳤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세월호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한참 왕성하게 사회활동을 하는 청년으로 성장했을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했다.
글·사진=김종화기자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