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대상] 김용민 “성희롱은 법적으로 성범죄가 아니다”

근래 들어 우리 사회의 인권 감수성 요구가 높아지면서 인권을 침해하는 성적 가해를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 등 행위의 정확한 법적 개념이 일반 국민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처벌 확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다 보니 국민 법감정과 법적 처벌 사이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김용민 정치평론가가 유튜브 채널 ‘김용민tv’에서 “성추행은 성범죄가 맞지만 성희롱은 법적으로 성범죄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김 평론가의 이러한 주장은 사실일까? 중부일보가 이에 대해 팩트체크했다.

 

[관련 링크]

1. 이동형, 신당에 대해 말하다(김용민TV 5월 17일 방송, 33분 30초)

 

[검증 방법]

▶찾기 쉬운 생활법령정보 정의 참고

▶대한민국 형법, 민법, 특별법 참고

▶일본, 프랑스 등 해외 법률 참고

▶법무법인 해담 양승철 변호사 전화 인터뷰

▶진영탁 법률사무소 진영탁 변호사 서면 인터뷰

 

[검증 내용]

◇성희롱은 원칙적으로 형사처벌 불가

성희롱의 법적 정의는 ‘국가인권위원회법’과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및 ‘양성평등기본법’에서 찾아볼 수 있다.

현행 법의 '성희롱' 정의를 정리한 표. 제작=조수민 인턴기자
현행 법의 '성희롱' 정의를 정리한 표. 제작=조수민 인턴기자

이들 법률에서는 공통적으로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성적 언동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행위’로 성희롱을 정의하고 있다.

성폭력의 경우 법제처 ‘찾기 쉬운 생활법령정보’에서 ‘강간이나 강제추행뿐만 아니라 언어적 성희롱, 음란성 메시지 및 몰래카메라 등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서 가해지는 모든 신체적·정신적 폭력을 포함하는 용어’로 설명한다.

그러나 형사처벌이 가능한 행위를 뜻하는 성폭력범죄의 경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추행·간음·강간 등 행위와 음행매개·공연음란 등에 대해 처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성희롱은 원칙적으로 처벌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성희롱은 원칙적으로 형사처벌이 불가하다고 볼 수 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사업주가 직장 내 성희롱을 한 경우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는 형사처벌이 아닌 행정처분에 해당한다.

진영탁 법률사무소 진영탁 변호사는 “현행법에서 성폭력범죄는 언어적 가해 행위보다는 신체 접촉이 동반된 가해 행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성희롱은 원칙적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므로 성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법무법인 해담 양승철 변호사는 “예외적으로 불특정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공연성이 성립할 경우 성희롱에 대해 명예훼손죄나 모욕죄로 고소함으로써 형사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민사 소송을 제기해 정신적 손해배상을 청구해 피해를 구제받는 방법도 있다”며 “그러나 ‘성희롱죄’로 형사처벌을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성희롱, 아동·노인·장애인 등 일부의 경우 형사처벌 가능

다만 일부의 경우 성희롱을 처벌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

통신매체를 통한 성희롱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의거해 처벌할 수 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전화·우편·컴퓨터 등 각종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음향·글·그림·영상·물건 등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자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지난 2020년 11월 수원지방법원은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 행위에 대해 벌금 70만 원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선고한 바 있다(2020고정1091).

또, 현행법은 성희롱 대상이 노인, 아동,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인 경우 해당 성희롱 행위를 특별히 법률로 형사 처벌하고 있다.

성희롱 금지 관련 법령 현황 표. 사진=국가인권위원회 '성희롱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성희롱 금지 관련 법령 현황 표. 사진=국가인권위원회 '성희롱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노인복지법’은 누구든지 노인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을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동복지법’은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행위를 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으며 상습으로 성희롱을 한 자는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도록 했다.

‘장애인복지법’은 장애인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성폭력 등의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일본, 성희롱을 처벌하는 형법 법령 없어··· 프랑스, 성희롱에 징역·벌금형 등 형사처벌

그렇다면 해외 사례는 어떨까.

우리와 법체계가 비슷한 일본은 형법에 성희롱을 처벌하는 법령을 두고 있지 않는다.

일본 입법례에는 성희롱을 명문으로 위법하다고 명시하지만 이를 금지하는 법규는 존재하지 않았다.

‘균등법’에서 ‘직장에서의 성희롱 방지’에 관한 규정을 두었지만, 이는 성희롱을 금지하는 규정이라기보다 취업환경 정비의 관점에서 사업주에 대해 성희롱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배려의무’를 설정한 것에 가깝다.

성희롱 행위가 명예훼손, 모욕, 협박에 해당할 경우나 성적 언동이 위협적인 신체적 접촉을 수반하는 경우 형사처벌이 가능하나 ‘성희롱죄’를 두고 있지 않는 것이다.

일본의 성희롱 사건은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거나 가해 행위가 ‘직장에서의 성희롱’일 경우 사용자에 대한 불법행위책임 혹은 채무불이행책임을 묻는 등 주로 민사적 방법으로 피해를 구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성범죄에 관해 엄격한 것으로 알려진 프랑스는 어떨까.

프랑스 형법은 성희롱을 ▶성적 호의를 얻기 위해 명령·협박·강압을 통해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행위 ▶행위의 반복성이 없다 하더라도 자기 또는 제3자를 위해 명백하고 실질적 성적 호의를 얻기 위해 중대한 압력을 행사한 경우 등으로 정의하고, 2년 이하의 징역이나 3만 유로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다.

2018년 8월에는 음담패설 행위나 상대방에게 성적으로 모욕을 주는 행위도 형사 처벌하는 법안이 통과됐는데, 이로 인해 ▶타인에게 인격적 굴욕감을 주는 성적·성차별적 언동을 해 타인의 인격권 혹은 인격적 존엄권을 훼손하는 행위(성희롱)를 한 경우 ▶상습적 성희롱 및 비상습적 성희롱 등 행위 등도 형사처벌이 가능하게 됐다.

또, 프랑스는 캣콜링(공공장소에서 상대에게 휘파람을 불거나 추파를 던지는 등의 행위)을 한 경우 90유로 이상 750유로 이하의 벌금형으로, 공공장소에서 발생한 성희롱이 상습적이거나 15세 미만의 미성년자에게 한 경우 1만 5천 유로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하고 있다.
 

◇국민의식 조사 등 사회적 인식은 ‘성희롱은 성범죄다’

한편, 성희롱의 사회적 인식은 법적 정의·형사적 처벌과는 거리가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성희롱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중 성희롱 연상단어 빈도 그래프. 제작=조수민 인턴기자
국가인권위원회 '성희롱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중 성희롱 연상단어 빈도 그래프. 제작=조수민 인턴기자

2021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성희롱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성희롱의 연상단어를 묻는 문항에서 응답 빈도수 2위가 ‘범죄’, 4위가 ‘성추행’, 11위가 ‘신체접촉’, 13위가 ‘처벌’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 보고서에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러한 결과를 “우리 국민은 (성희롱을) 남자 또는 가해자의 일탈로써 성폭력 범죄, 즉 성추행·성폭행·강간 등을 포함해 구별 없이 인식하고 있으며, 사건 발생 시 경찰 등 외부기관을 통해 처벌해야 하는 ‘나쁘고 더러운’ 행위라고 인식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고 파악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즉, 국민은 성희롱을 법적 개념과는 달리 이해하고 있으며 성희롱을 성범죄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인식과 법적 개념·실질적 처벌의 괴리를 해소하고자 2014년 언어적 성희롱에 대한 처벌 규정을 신설하는 ‘성폭력처벌법 개정안’ 발의(이명수 새누리당 의원), 2018년 ‘언어적 성희롱 처벌 법안’ 발의(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 등 성희롱의 형사처벌을 위한 입법 시도가 있었으나 입법은 진행되지 않았다.

법무법인 해담 양승철 변호사는 “시대가 바뀌며 여성 단체 등에서 현재 사회에 맞게끔 법을 수정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신중론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또, “추행의 법적 개념이 지난 몇십 년간 바뀌어 왔듯 현재 성희롱 개념의 수정과 형사처벌의 범위도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검증 결과]

형사처벌이 가능한 행위를 뜻하는 성폭력범죄의 경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추행·간음·강간 등 행위와 음행매개·공연음란 등에 대해 처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성희롱은 원칙적으로 처벌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다만 통신매체를 통한 성희롱 등 특수한 상황이거나 성희롱 대상이 노인, 아동,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해당할 경우 일부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따라서 “성희롱은 법적으로 성범죄가 아니다”는 주장은 ‘대체로 사실’로 판정한다.

조수민 인턴기자

※네이버에서 팩트인사이드 기사 보기
 

<<중부일보 팩트인사이드팀은 팩트체크 소재에 대한 시민들의 제안을 받고 있습니다. 이메일([email protected])로 제안해 주시면 됩니다.>>

 

[근거 자료]

1.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제3호라목

2.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제2호, 제12조, 제39조

3.양성평등기본법 제3조제2호양성평등기본법 시행령 제2조

4.법제처 찾기 쉬운 생활법령정보 ‘성폭력’ 정의

5.진영탁 법률사무소 진영탁 변호사 서면 인터뷰

6.법무법인 해담 양승철 변호사 전화 인터뷰

7.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 제13조(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8.판결서 인터넷 열람 서비스 홈페이지(사건번호 2020고정1091)

9.노인복지법 제39조의9제2호, 제55조의3제1항

10.아동복지법 제71조 제1항 제1호의2 및 제2호, 제72조

11.장애인복지법 제59조의9제1호, 제86조의제1항

12.송강직. (2021). 일본에서의 성적 언행과 관련한 법리. 노동법논총, 52, 385-424. p419~421 참고.

13.박선영, 윤덕경, 박복순, 김정혜, 장민선. (2011). 성희롱 관련법제에 대한 입법평가. 한국법제연구원. p20~21 참고.

14.안경옥, 김희정. (2021). 성적 괴롭힘(성희롱)의 형사처벌 가능성에 대한 비교법적 검토. 비교형사법연구, 22(4), 93-125. p106~107 참고. 

15.국가인권위원회. (2011). 성희롱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p88~92 참고.

16."그냥 농담? 언어 성희롱도 성폭력 처벌" 법안 발의(머니투데이 2014년 5월 1일 기사)

17.천정배, 음담패설 등 '언어적 성희롱' 처벌 법안 발의(미래일보 2018년 3월 28일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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