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人Story

다문화인 200만 시대다. 주위를 둘러보면 피부색도 언어도 다른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관념은 아직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중부일보는 이에 대한 간극을 좁히고자 ‘다문화人Story’를 연재한다. ‘다문화人Story’는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다문화 이웃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소개하고 우리 사회의 변화를 함께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축구는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이면서 동시에 인기 없는 스포츠다. 누가 하느냐에 따라 관심의 크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자축구는 비인기 스포츠다.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때는 반짝 관심을 받지만 평소엔 철저히 대중의 외면을 받는다. 그렇다고 흘리는 땀의 양이 적은 것은 아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뛰지만 비인기 스포츠가 갖는 한계는 엄연한 현실이다. 그런 여자축구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외국인 선수가 있다. 수원FC위민에서 뛰고 있는 조제 나히(Josee Nahi·34) 선수다. 코트디부아르 국가대표 출신인 그는 2년 전 득점왕을 차지할 만큼 WK리그의 간판스타이다. 하지만 그를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어느새 한국살이 5년 차를 맞은 조제 나히 씨. 그는 여자축구계에서 스타 플레이어가 많이 나와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경기장을 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햇볕이 맑은 6월의 오후, 수원FC위민 홈구장에서 그를 만났다.

-축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어린 시절 내 롤모델은 언니였다. 나보다 먼저 축구를 시작했는데, 운동장에서 볼을 다루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 비록 지금은 세상에 없지만 내가 축구선수로서 가져야 할 덕목은 모두 언니한테서 배웠다. 성인이 된 이후로는 브라질 출신 크리스티안 로제이라(Cristiane Rozeira) 선수를 동경했다. 그의 플레이 스타일에 매료됐고 닮기 위해 노력했다.

-세르비아나, 러시아 등 여러 나라에서 뛰었던 걸로 알고 있다. 한국행을 결정한 이유는 뭔가.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단지 나를 원하는 팀에 가겠다는 마음뿐이었다. 4년 전 WK리그 경주 한수원이란 팀이 에이전트를 통해 영입 제의를 했고 조건이 좋아 수락했다. 이후 수원FC가 나를 원해서 팀을 옮겼다. 지극히 스포츠 선수로서의 선택이었다.

-리그 성적이 좋다. 특히 2021시즌엔 득점왕도 했다.

시즌 초기 득점 기회를 많이 놓쳐서 내 플레이가 맘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더 나아질 것’이라고 주문을 외우면서 연습에 매진했다. 한 경기도 설렁설렁 뛰지 않았다. 그렇게 시즌을 치르다 보니 어느 순간 최다 득점자 순위표 맨 위에 내 이름이 있었다. 시즌 초반 슬럼프를 이겨내고 거머쥔 상이라 더 기쁘고 행복했다.

-현재 부상 중이라고 들었다.

많이 회복됐고 지금은 재활 훈련을 열심히 하고 있다. 특히 팀 동료들이 잘 챙겨주고 응원도 많이 해줘서 고마움을 느낀다. 하루빨리 그라운드에 복귀해서 팀과 동료들을 위해 뛰고 싶다.
 

-한국에 온 지 5년이 다 됐다. 어떻게 살고 있나.

큰 어려움 없이 적응했다. 어디에 있냐보다 주위에 누가 있냐가 중요한 것 같다. 특히 동료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들은 경기장 안이나 밖이나 한결같이 따뜻하게 챙겨준다. 동료들과 함께할 때면 무엇을 하든 즐겁고 유쾌하다. 쉬는 날에는 여행도 자주 다닌다. 한국은 정말 지루할 틈이 없는 나라 같다. 지금은 귀화를 생각할 정도로 한국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웃음).

-여자축구는 남자축구에 비해 관심이 낮고, 지원도 상대적으로 적은 게 현실이다. 이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남자축구가 여자축구보다 인기가 높다는 건 인정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여자축구의 인기가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점점 나아지리라 생각한다. 바램이 있다면 사람들이 여자축구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좀 더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으면 한다. 언론의 도움과 응원이 필요하다.
 

-여자프로축구가 흥행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외국인 선수 쿼터를 늘리는 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각 팀마다 수준 높은 외국인 선수를 3~5명 정도 보유한다면 경기 질이 크게 높아질 것이다. 그러면 경기장을 찾는 팬들의 수도 자연히 늘어날 것이다.

-여자축구 선수가 되고자 하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축구선수로 진로를 정했다면 되도록 빨리 시작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기본기를 익히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므로 시작하는 나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좋다. 하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은 게 현실이다. 축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까지 부모님을 설득하는 과정이 순탄치 않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자신의 딸이 축구선수를 하겠다고 하면 선뜻 동의하는 부모들은 많지 않다. 부모니까 ‘내 딸이 축구를 해서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현실적인 걱정이 앞선다. 그럴 때 축구에 대한 열정을 끊임없이 보여주면서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한 가지 덧붙이면 축구장 안이든 밖이든 바른 태도를 유지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순간의 감정을 누르고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코치 선생님과 동료들을 존중하는 마음가짐을 갖는 게 중요하다.

-마지막 질문이다. 한국에서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

현재 내 목표는 수원FC에서 더 오래 머물면서 가능한 많은 우승컵을 가져오는 것이다. 훌륭한 동료들과 함께 수원FC라는 구단의 가치를 드높이고 싶다.

이세용기자
사진=김경민기자
통·번역 자문 =조수민인턴기자· Ciman Thomas Tilen·최윤나

※ 한국말을 못하는 조제 나히 씨를 위해 실제 인터뷰는 프랑스어로 진행됐음을 알려드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