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로또에 당첨되면 어떻게 할까?. 로또를 사지도 않으면서 가끔씩 상상해보곤 합니다. 얼마 전 기사에서 로또에 당첨된 사람들이 제일 먼저 하는 것이 부동산 구입이라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가격이 정상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똘똘한 상가나 아파트 하나 가지고 월세를 받으면서 편하게 사는 꿈을 꿉니다. 연예인들이 빌딩을 사고 팔면서 큰 수익을 얻었다는 기사가 꾸준히 나오는 것을 보면 연예인들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건물이나 상가를 가지고 있는 의뢰인들을 만나면 농담반 진담반으로 "부럽다"고 덕담을 건냅니다. 그러면 대번에 "우리도 힘들어요"라는 말부터 돌아옵니다. 처음에는 건물주의 엄살이나 겸손의 표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이야기를 들어보면 건물주도 세금 등 문제 말고도 나름대로 고민이 많았습니다. 바로 임차인과의 갈등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생기는 경우입니다. 대표적으로 임대를 하자마자 임차인이 월세를 밀려버리거나 누군지도 모르는 전차인들이 들어온 경우입니다. 그럴 경우 서로 언성이 높아지고 감정도 상하다가 그래도 해결이 안 되면 결국 법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습니다. 보통 임대인은 법원에 건물 인도(명도)소송을 제기해서 임차인을 내쫓으면 되겠지라고 쉽게 생각하지만, 현실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우선 건물 인도소송을 제기해보면 보전, 본안, 집행으로 이뤄지는 민사소송의 전체를 경험할 수 있게 됩니다. 그만큼 절차도 복잡하고 시간도 많이 걸리며 상당한 비용이 듭니다. 보통 건물 인도소송에 앞서 점유이전금지가처분신청을 해서 결정을 받고 그 집행까지 한 다음 인도소송을 해야 하기 때문에 번거로운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이란 앞으로 인도소송을 할 예정이니 위장 세입자나 다른 사람에게 해당 부동산을 넘기지 말고 본 집행시까지 임대인(채권자)에게 부동산을 넘길 때까지 그대로 현상을 유지하게 하는 가처분을 말합니다. 당연히 여기에도 인지대, 송달료, 변호사비용 등 비용이 발생됩니다. 막상 임차인을 채무자로 하여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을 신청하여 결정까지 받았는데, 집행관이 현장에 가보니 이미 다른 무단 세입자가 있는 경우에는 점유이전금지가처분결정은 집행불능이 되고, 또다시 다른 무단 세입자까지 포함하여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을 신청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점유이전금지가처분결정을 마무리 한 다음에는 본격적으로 본안재판을 시작해야 합니다. 그런데, 건물 인도소송 1심 판결을 받기까지 최소한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립니다. 더군다나 상대방이 1심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 상고까지 할 경우 본안소송의 시간은 더욱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천신만고 끝에 판결이 확정된다고 해도 일이 마무리 되는 것이 아닙니다. 본 집행절차를 진행해야 하는데, 우선 상당한 액수의 집행비용을 지출해야하고, 집행관이 계고(경고)를 한 다음 실제 집행까지 3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결국 민사소송(인도소송)을 진행하고 강제집행을 하여 실제로 건물을 되돌려 받을 때까지 아무리 빨라도 1년 6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립니다.

물론 임대인은 임차인이 민사소송 중에 건물을 불법점유한 부분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함께 제기하지만, 임차인 명의로 재산이 없다면 그토록 어렵게 받은 판결문이 휴지조각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결국 1~2년 동안 민사소송을 제기 한다고 비용과 시간, 노력을 들이고, 큰 경제적 손해를 보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임대인으로서는 임차인이 명백하게 잘못하여 내 건물을 돌려받고 하루라도 빨리 다른 임차인을 구하여 임대사업을 하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보전처분, 본안소송, 강제집행까지 진행하면서 시간과 비용을 들이다보면 대부분 임대업에 회의를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임차인과 협의를 하여 원만히 마무리 하는 것이 분쟁을 하루라도 빨리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이미 갈등이 심해진 경우에는 협의를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분쟁이 발생되기 전에 미리 법원에서 합의를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제소전화해(提訴前和解)인데, 민사 분쟁이 발생할 경우 제소(소송)를 하기 전 화해한다는 뜻으로, 서로 약속을 잘 지키겠다는 조서를 작성해 법원 판사 앞에서 확인받는 제도입니다. 분쟁 상황이 발생하기 전 당사자끼리 미리 합의해 놓는 것이고, 그 자체로 확정 판결문과 같은 효력을 내 제소전화해에서 정한 약속을 위반하면 강제집행이 가능해집니다. 미리 간단하게 판결문을 받아서 확정해놓은 것과 같은 효과가 있기 때문에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바로 강제집행에 돌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법원 공증’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물론, 최근에는 법원이 예전에 비하여 제소전화해의 문구를 엄격하게 검토하기 때문에 그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지만, 여전히 임대인이 유리하게 활용할 부분이 있기 때문에 임대인으로서는 제소전화해를 고민해볼만 합니다.

제소전화해는 다음과 같이 몇 가지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우선, 임대인과 임차인 중 한 명이라도 화해기일에 출석하지 않으면 제소전화해는 성립되지 않습니다. 제소전화해를 접수하면 법원에서 화해기일을 지정하는데, 일방 당사자가 그 기일에 불참하거나 막상 법원에 와서는 조서 내용에 동의하지 않으면 제소전화해는 불성립합니다. 두 번째로, 조서에 강행법률 위반 사항이 포함된 경우가 있으면 안됩니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가장 유리하게 화해를 하고 싶겠지만, 주택임대차보호법이나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등 현행 법에 위반된 사항은 조서에 포함시킬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월세를 단 1회라도 연체한 경우에는 권리금과 계약갱신요구권을 포기한다"는 문구가 대표적인데, 이러한 규정은 관련 법률상 위반되는 내용이기 때문에 법원에서 기각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애초에 제소전화해를 모르는 사람도 많지만, 알고 있음에도 이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직 분쟁이 발생하지도 않았는데, 굳이 제소전화해를 한다고 비용을 들이고 법원까지 가는 불편함을 감수하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미 분쟁이 발생한 경우에는 더 큰 대가를 감수해야 할지 모릅니다. 강제집행을 미리 염두해 둔 상황라면, 미리 제소전화해를 고민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양승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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