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진료 중 아이가 한쪽 팔을 아래로 축 늘어뜨린 채 전혀 움직이지 않으려고 한다며 걱정에 가득 찬 얼굴의 보호자가 진료실을 찾아왔다. 보호자는 아이 어깨가 빠진 것 같다고 하거나 뼈가 부러진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며 걱정한다. 부모나 형제가 아이의 손목이나 팔을 갑자기 잡아당겼거나 아이의 팔을 잡고 위로 들어 올린 이후 이와 같은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대다수다.

원정훈 이춘택병원 정형11과 과장
원정훈 이춘택병원 정형11과 과장

이춘택병원 원정훈 정형11과 과장은 이 경우 가장 먼저 의심해볼 수 있는 것이 ‘요골두 아탈구’라고 진단한다.

‘탈구’라는 단어 때문에 뼈끼리 어긋난 경우를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팔꿈치의 요골두(팔뼈의 머리부분)를 감싸고 있는 윤상인대(팔꿈치 회전 역할을 하는 인대)의 일부가 찢어지거나 늘어나 요골두가 인대에서 일부 벗어나 있는 상태를 말한다.

2~3세 소아에게서 주로 발생하며 7세 이후에는 팔꿈치 골격이 단단해져 거의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팔에 강한 충격을 입었거나 통증이 심한 경우라면 요골두 아탈구 뿐만 아니라 골절 또한 의심해볼 수 있으므로 X-ray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요골두 아탈구로 확인되면 간단한 정복술(뼈와 인대 등의 위치를 맞춰주는 시술)로 치료할 수 있으며 정복이 잘 되고 나면 직후 통증이 해소되며 팔을 잘 들어 올리고 움직이기도 한다.

하지만 정복술 후 ‘딸깍’하는 느낌이 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아이가 놀라거나 겁먹고 울기도 한다.

이 경우 보호자에게 아이를 진료실 밖에서 안정시키고 팔을 다시 잘 사용하는지 지켜보도록 한다.

아이가 평소처럼 활발해지고 팔도 잘 움직이면 보호자에게 요골두 아탈구의 발생 이유를 설명하며 재발 가능성이 있으므로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가급적 팔을 잡아당기지 말아야 한다.

정복이 잘 됐다 하더라도 며칠 동안 손수건이나 팔걸이를 이용해 팔을 보호하기도 한다.

반면 병원에 다녀간 다음에도 회복되지 않고 통증을 호소하며 팔을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면 다시 상담받아야 한다.

대개 간단한 정복술만으로도 금방 회복되지만 드물게 골절 상태인 경우도 있으므로 전문의의 진찰 및 판단하에 정복하고 맞춰야 안전하다.

또한 아탈구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아이가 오래 아파하고 정복이 힘들며 완전히 회복되기까지 긴 시간이 소요되므로 아이가 팔을 움직이지 않으려 하고 통증을 호소할 때는 지체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 상담받는 것이 좋다.

요골두 아탈구는 발생 이후 신속하고 적절하게 치료하면 장기적인 후유증은 거의 남지 않는다. 하지만 한번 아탈구가 있었다면 재발의 우려가 크므로 부모뿐 아니라 할머니, 할아버지 또는 보모에게도 당분간 아이의 팔을 갑자기 잡아당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안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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