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숙진, 〈정물〉, 1977
김숙진, 정물, 1977, 이건희 컬렉션. 사진=국립현대미술관

1960년대 이후 한국 현대미술의 대세로 떠오른 추상화 열풍 속 착실히 구상회화의 영역에서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키워 온 작가들을 조명하는 전시가 열렸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오는 9월 22일까지 ‘MMCA 기증작품전: 1960-1970년대 구상회화’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개최한다.

김태, 건어장, 1979, 유족 기증. 사진=국립현대미술관
김태, 건어장, 1979, 유족 기증. 사진=국립현대미술관

‘MMCA 기증작품전: 1960-1970년대 구상회화’는 최근 5년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작품 가운데 한국 화단의 형성과 성장에 자양분이 된 1960-70년대 구상회화를 들여다본다.

시대가 변하고 새로운 조형개념이 출현하더라도 개성적인 시선으로 인물, 풍경, 사물, 사건 등을 충실히 묘사하는 표현양식으로 한국 회화의 토양을 굳건히 다져왔던 도상봉, 윤중식, 박수근, 김영덕 등 33명의 작가 150여 점을 선보인다.

김형구, 어부의 가족, 1975, 동산박주환컬렉션. 사진=국립현대미술관
김형구, 어부의 가족, 1975, 동산박주환컬렉션. 사진=국립현대미술관

특히, 이번 전시에 출품되는 작가들은 자연에 관한 서정성과 사실적 표현을 바탕으로 우리 전통 속에서 발견되는 조형적 요소를 담아 민족적 정서를 표출하고자 노력한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다.

전시는 1부 ‘한국 구상미술의 토양’과 2부 ‘새로운 의미의 구상’으로 구성됐다.

‘한국 구상미술의 토양’에서는 국전을 통해 아카데미즘 미술의 초석을 다진 1세대 유화 작가들을 중심으로 근대 서양화 양식의 사실주의 작품을 다수 소개한다.

문학진, 흰 코스튬, 1970, 유족 기증. 사진=국립현대미술관
문학진, 흰 코스튬, 1970, 유족 기증.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자연주의적 발상을 토대로 사실성을 보인 이병규, 도상봉, 김인승, 이종무, 김숙진, 김춘식 등의 작가들이 포함된다.

녹색이 주조를 이루며 인상주의적 색채를 구사해 주변 풍경과 인물을 섬세하게 묘사한 이병규의 ‘고궁일우(古宮一隅)’와 ‘자화상’, 어촌 풍경이나 노동하며 살아가는 인물들의 일상을 한국적인 인상주의 화풍으로 담아낸 김춘식의 ‘포구(浦口)’등을 볼 수 있다.

박고석, 도봉산, 1970년대, 이건희컬렉션. 사진=국립현대미술관
박고석, 도봉산, 1970년대, 이건희컬렉션. 사진=국립현대미술관

2부 ‘새로운 의미의 구상’에서는 변화하는 미술 흐름을 느끼며 구상과 비구상의 완충지대에 속했던 작가들을 망라한다.

자연에 바탕을 둔 조형적 질서를 추구했던 윤중식, 박수근, 황염수를 시작으로 황유엽, 이봉상, 최영림, 박고석, 홍종명 등 1967년 구상전을 발족한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한다.

박수근, 농악, 1960년대, 이건희컬렉션. 사진=국립현대미술관
박수근, 농악, 1960년대, 이건희컬렉션.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야수주의와 표현주의 양식을 바탕으로 강렬한 색채 구사를 특징으로 하는 윤중식의 ‘금붕어와 비둘기’, 모래나 흙을 첨가해 독특한 질감을 만들며 민담과 설화로 해학적 표현을 보여주는 최영림의 ‘만상(滿想)’, 대담하고 거친 화풍으로 전국의 명산을 다뤄 산의 화가로도 불렸던 박고석의 ‘도봉산’ 등이 출품된다.

한편, 출품작 중 이건희컬렉션 104점이 포함돼 기증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긴다. 전시장 복도에서는 ‘기증, 모두를 위한 예술’을 주제로 국립현대미술관의 최근 5년 여간(2018년-2023년) 기증받은 작품의 경향을 분석하고, 소장품의 양과 질이 상향된 부분을 도식화해 보여준다.

이병규, 고궁일우(古宮一隅), 1961, 유족 기증.
이병규, 고궁일우(古宮一隅), 1961, 유족 기증.

이병규, 윤중식, 김태 유족들의 인터뷰 영상을 통해 기증의 뜻과 공유의 과정을 보여줄 예정이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예술을 함께 공유하고자 하는 기증자의 뜻이 전시장을 찾은 수많은 국민들에게 향유의 즐거움을 주고 한국 미술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며, "이번 전시가 다채롭게 전개돼 온 한국 구상회화의 바탕과 여정을 살펴보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정경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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