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시가 맨발 걷기 명소로 거듭나고 있는 ‘한강 제방 산책로’의 명칭을 새로 정하기 위해 시민 공모를 실시했지만, 선정된 공모작 대신 다른 명칭을 사용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19일 중부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시는 지난 1~2월 15일간 한강 제방 산책로에 대한 명칭 공모를 실시했다.

명칭 공모가 진행된 한강 제방 산책로는 4.9km 구간에 이르는 모랫길과 황톳길이 조성돼 최근 시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이번 공모에는 총 184건의 응모작이 접수됐으며, 이 중 ‘아름다운 물결, 강모래가 빛나는 강변을 따라 십리길의 산책로’라는 의미를 담은 ‘미사십리길’이 우수작에 선정돼 산책길 정식 명칭으로 사용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한강 제방 산책로의 정식 명칭이 시민 공모작인 미사십리길 대신 ‘미사한강모랫길’으로 최종 결정돼 사용되면서 공모전의 의미가 퇴색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명칭을 결정하는 관련 위원회를 거치면서 최종 명칭이 바뀐 것인데, 당시 시 간부 등의 의견을 수렴한 위원회 측에서 시민 공모작보다는 행정편의를 위해 ‘부서 추천 명칭’을 사용하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시가 해당 산책로에 모랫길을 조성하는 등 명소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정식 명칭도 시의 역점 사업인 ‘모랫길’을 넣고 홍보하기 위해 ‘부서 추천’이라는 명목으로 최종 명칭을 변경한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 시민은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지은 이름을 놔두고 다른 이름을 쓸거면 왜 시상금까지 걸고 공모전을 열었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시는 공모를 위해 시상금 등 수백여만원의 예산을 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남시 관계자는 "시민들이 원하는 명칭을 사용하면 좋긴 하겠지만 운영하는 측면에서 편리성 등을 따져본 결과, 산책길의 최종 명칭을 미사한강모랫길로 정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김지백·김동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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