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킹
주말인 지난 16일 하남시 미사역 1번 출구 인근에서 100여 명의 시민들이 버스킹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김동욱 기자

지난 16일 오후 5시께 미사역 1번 출구. ‘하남문화재단’이라고 적힌 천막 주변에는 이날 ‘버스킹’(거리공연)을 위해 관계자로 보이는 이들이 음향 장비를 설치하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바로 옆 공연 무대에는 소리 증폭 기기인 우퍼 2대가 놓여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공연 관람을 위해 시민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고, 오후 5시 40분께 공연을 위한 리허설이 시작됐다.

"아아, 아아". 버스커는 마이크 음향을 조절하며, 관람객들에게 최적의 소리를 전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공연 장소 인근 시계탑 바늘이 오후 6시를 가리키자 이날 공연의 막이 올랐다. 첫 번째 버스커의 인사말과 함께 이어진 노랫소리가 우퍼를 통해 일대에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무대를 둘러싼 100여 명의 시민들은 노래를 함께 따라 부르며 공연을 즐겼다. 중·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몇몇 무리는 흥에 겨웠는지 손을 흔들며 춤을 추기도 했다. 30분여 간의 첫 번째 공연이 끝나고, 두 번째 공연이 연달아 진행됐다. 기타를 들고 나온 두 번째 공연자는 능숙하고 현란하게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하며 무대를 꾸며나갔고, 시민들은 박수와 환호성을 지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었다.

이현재 하남시장이 전날 미시역 1번 출구에서 열린 버스킹 공연장을 방문해 시민들과 함께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김동욱 기자
이현재 하남시장이 전날 미시역 1번 출구에서 열린 버스킹 공연장을 방문해 시민들과 함께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김동욱 기자

공연 막바지 이현재 하남시장이 방문해 시민들과 어울리며 공연의 흥을 돋우기도 했다. 오후 7시가 되자 1시간 동안의 이날 버스킹 공연이 막이 내렸고, 시민들은 아쉬는 듯 잠시 앉아있다가 이내 자리를 떴다.

버스킹을 지켜본 한 시민은 "가족들과 함께 버스킹도 보고 외식도 할 겸 집을 나왔다"라며 "집과 가까운 거리에서 공연을 볼 수 있어 너무 좋았고, 조금 더 많은 공연이 열리면 좋겠다"라고 버스킹 관람 소감을 전했다.

이처럼 유동인구가 많은 하남시 미사역에서 매주 주말(금·토·일요일)에 열리는 버스킹이 시의 명물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감일, 신장, 미사, 위례동 등 지역 내 4곳에서 총 93회의 버스킹이 진행됐고, 2만 5천여 명의 시민들이 공연을 관람했다.

이현재 하남시장은 "버스킹이 진행되는 곳에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주변 상권의 매출 증대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며 "모두 가 즐길 수 있는 공연이 도심 내에서 펼쳐지고 이에 따른 풍선효과도 나타나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버스킹 공연이 시민 만족도 상승과 주변 상권 활성화 등 여러 가지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남아 있다.

공연이 열리는 미사역 시계탑 일대는 번화가 이긴 하지만 양 옆으로 주상복합 아파트가 위치한 탓에 공연 소음을 호소하는 민원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4일 하남시청 홈페이지에는 버스킹 관련 민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민원인은 "의식주가 해결되고 난 후에 문화와 여가생활을 통한 정신적 휴식을 누릴 수 있다"며 "프레임은 좋다. 하남시민을 위한 버스킹 공연. 그런데 그 공연 소음으로 매주 집에서 고통받는 주민들의 입장,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해 봤느냐"라며 버스킹 소음 관련 불만을 토로했다.

또 "제가 들은 답변은 ‘공연을 안 할 수는 없다’, ‘공연 시간만 어디로 피해 계시면 어떠냐’, ‘저희도 노력 중’의 반복이었다"라며 "문화공연이 정말 이 버스킹의 목적이었다면 하남시에 그 열정을 담아낼 장소는 충분히 존재한다. 완벽한 행정이 아닌, 영리한 행정을 해달라"라고 버스킹 장소 변경을 요청했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영위 목적의 사업장이 아닌 공연으로 인한 소음이 발생하고 있어서 법으로는 버스킹을 규제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민원이 접수된 만큼 다음 버스킹 공연 때 현장에 나가 소음을 측정해 보고 관련 부서들과 협의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김지백·김동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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