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대상] 정신질환자도 퇴원하고 싶다고 하면 즉각 퇴원시켜야 한다

잊을만하면 묻지마 흉기사건이 발생해 시민들을 불안하게 하는 가운데 지난달 19일 인천에서 20대 남성이 허공에 흉기를 휘두르며 거리를 활보하는 일이 발생했다.

신고를 받고 수색에 나선 경찰은 서구의 한 아파트단지 인근에서 A씨를 발견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다친 사람은 없었으나 경찰은 재발 방지를 위해 A씨를 응급입원 조치했다.

이 사건은 당시 현장을 목격한 시민이 영상을 촬영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면서 급속하게 확산됐다.

해당 영상을 본 한 누리꾼은 “요즘 정신질환자(조현병 환자)도 퇴원하고 싶다고 하면 즉각 퇴원 시켜야 하는 법 때문에 정신요양원이고 정신병원이고 환자가 많이 빠짐. 제발 현실에 맞는 법안 좀 냅시다”라는 댓글을 달며 법안 마련을 촉구했다. 이 글에는 65개의 ‘좋아요’가 달렸으나 현재(6일 오후 다섯  시 기준) 삭제됐다.

한 누리꾼의 온라인 댓글. 출처=인스타그램 갈무리
한 누리꾼의 온라인 댓글. 출처=인스타그램 갈무리

그렇다면 이 같은 주장은 사실에 근거한 것일까? 중부일보가 정신질환자의 입퇴원 절차에 대해 검증해봤다.

 

[검증 방법]

조현병 환자도 정신질환자에 속하므로 이를 규정하고 있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약칭: 정신건강복지법)을 살펴보고, 경기도 내 정신의료기관에서 입·퇴원 절차를 확인했다. 또 전문가의 의견을 듣기 위해 사단법인 대한정신의료기관협회에 관련 내용을 문의했다.

 

[검증 내용]

먼저 정신건강복지법에서는 입원을 신청한 주체에 따라 입원유형을 자의입원, 동의입원, 보호입원, 행정입원, 응급입원 등 5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자의입원은 정신질환자 또는 정신건강상 문제가 있는 사람이 스스로 신청해 ‘자의로’ 입원하는 유형이라고 정의했다.

동의입원은 정신질환자 본인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면담해 입원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보호의무자의 동의를 받아 입원을 신청하는 유형이라고 설명했다. 자의입원과 동의입원은 ‘자발적’ 입원유형에 해당됐다.

나머지 보호입원, 행정입원, 응급입원은 ‘비자발적’ 입원유형이라고 규정했다. 먼저 보호입원은 정신질환으로 인한 자·타해 위험성이 심각해 입원치료가 필요하다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단이 있으나 환자가 입원치료를 거부하는 경우, 보호의무자 2인의 신청으로 입원하는 유형이라고 정의했다.

행정입원은 시, 특별시장, 특별자치시장, 특별자치도지사, 광역시장, 도지사, 시장, 군수, 구청장이 환자 자신의 건강 또는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큰 정신질환자를 발견하고 입원을 진행하는 유형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응급입원은 의사·경찰관의 동의를 받아 정신질환자로 추정되는 자·타해 위험이 큰 사람을 입원 진행하는 입원유형이라고 규정했다. 

정신건강복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입원유형과 자의퇴원 가능 여부. 도표=이하린기자
정신건강복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입원유형과 자의퇴원 가능 여부. 도표=이하린기자

입원을 신청한 주체에 따라 입원유형이 달라지는 만큼 퇴원 원칙도 달랐다.

자의입원은 2개월마다 퇴원 의사를 확인하고 입원기간 중 환자 본인의 퇴원 신청이 있으면 바로 퇴원이 가능하다.

동의입원 역시 환자 본인이 퇴원을 신청하고 보호의무자가 동의하는 경우 바로 퇴원이 가능하다. 그러나 보호의무자가 퇴원에 동의하지 않고 계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는 다른 유형의 입원(보호입원·행정입원)으로 전환될 수 있다.

비자의입원인 보호입원, 행정입원, 응급입원은 환자 본인의 동의 없이 입원이 가능하며 퇴원 역시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 환자가 퇴원하기 위해선 ‘퇴원 등 또는 처우개선의 심사’를 청구하거나 ‘인신보호제도’ 등의 방법을 이용해야 한다.

이와 관련 용인의 한 정신의료기관 관계자는 “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인신구제신청을 해서 퇴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있다고 해도 대부분 기각된다”고 말했다.

홍상표 대한정신의료기관협회 사무총장 역시 “자·타해 위험이 있는 입원환자는 법에서 정해놓은 절차대로 별도의 허가가 필요하다”며 “비자의 입원 환자면 의사들의 판단에 따라 퇴원 가부가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 정신질환자 관리는 중앙정부 아닌 지자체

그렇다면 법에 따라 입원을 하지 않거나 퇴원한 정신질환자들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을까?

정신장애에 대한 지원은 다른 장애 영역과 달리 중앙정부가 아닌 지자체별로 이뤄지고 있었다.

경기도 내 지자체의 경우 정신질환자 사례관리 프로그램, 치료비 지원 등 크게 다르지 않은 지원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홍상표 사무총장은 “지자체가 진행하는 프로그램들이 제대로 된 성과를 내려면 중앙정부에서 정신의료기관과 사회복귀시설 간의 연계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검증 결과]

정신질환자 입퇴원 절차를 규정하고 있는 정신건강복지법을 살펴본 결과, 입원유형에 따라 퇴원 절차가 달랐다. 환자 스스로 퇴원을 결정할 수 있는 입원유형은 ‘자의입원’ 하나만 해당됐다. 나머지 동의입원, 보호입원, 행정입원, 응급입원은 타인의 동의가 필수적으로 따라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중부일보는 ‘정신질환자(조현병 환자)도 퇴원하고 싶다고 하면 즉각 퇴원시켜야 한다’는 검증문은 ‘대체로 사실 아님’으로 판정한다.

이하린기자 

 

[근거자료]
1. 정신건강복지법

2.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

3. 홍상표 대한정신의료기관협회 사무총장 중부일보 인터뷰(2024.4.26.)

4. 용인정신의료기관 관계자 인터뷰(2024.4.30.)

5. 수원시 정신건강복지센터

6. 고양시 정신건강복지센터

7. 양평군 정신건강복지센터

8. 김포시 정신건강복지센터

9. 시흥시 정신건강복지센터

 

※정신질환은 예방가능하며, 치료를 통해 극복할 수 있습니다. 정신건강에 어려움이 있거나 도움이 필요하신 경우, 정신건강 복지센터 등을 통해 전문가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자세한 정보는 국가정신건강정보포털 또는 블루터치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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